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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 수립 프로젝트로서의 삶

1. 계획 수립에 대한 사고의 증가

계획 수립 프로젝트로서의 삶은 현대 개인화의 추진력에 사회적 뿌리를 두고 있다.


(1) 적극적인 생산 활동

▸ 현대(노동시장, 사회 복지에 힘쓰는 국가, 교육 시스템, 재판권 등이 사회적 규정으로 작용)와 과거(신분, 종교, 전통이 사회적 규정으로 작용)의 사회적 규정이 달라졌다. 현대 규정의 결정적인 특징은 예전보다 더 개인이 스스로 규정을 만들어내고 자신의 행위를 통해 과거의 경험 속에 그 규정을 끌어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 사람들은 전통적인 사회와 그 규정 속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새로운 사회의 규정에 대해 사람들은 무언가를 해야만 하며 적극적으로 노력해서 획득해야만 하며 한정된 자원을 둘러싼 경쟁에서 자신의 뜻을 관철시킬 줄 알아야 한다.

(예) 노동 시장에서 자기 의견을 관철시키거나 주택 보조금과 같은 사회 기여금을 신청하고 그 근거를 제시해야 함.

▸ 현대 사회의 제도적 규정과 보조를 맞추지 못하고 그것을 융통성 있게 다룰 줄 모르는 사람은 자기 개인의 생활에서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한다.

▸ 선택의 폭이 넓은 곳에서는 개인적으로 힘든 노력을 요구하는 일들이 증가하며, 조절과 조정과 통합의 실행이 필요하다. 따라서 제도적인 규정을 능숙하게 포착하여 투입하고 이용하고 거부하고 따돌리기도 하는 적극적이고 자기 주도적인 생활 태도가 현대의 발달과 더불어 점점 더 많이 요구된다.

▸ 삶은 더 이상 ‘놀라운 신의 선물’이 아니라, 계속해서 지켜야 할 개인적인 소유물이다. 더 나아가 그것은 앞으로 만들어나갈 과제, 개인적인 프로젝트가 된다(Martin Kohli).


(2) 미래에의 압박

▸ 개인은 재산을 지키고 생활 수단을 오랫동안 유지하기 위한 안전 전력을 발전시키는데 관심을 기울인다. 이를 위해 또 다시 중요한 것은 잠재하는 위험과 위협에 대해 스스로 무장하는 것이다. 따라서 모든 안전 전략의 중요한 구성 요소는 미래 예시적 사고이며 일종의 장착된 사전 경고 시스템으로서, 이것으로 위험을 가능한 한 미리 인식하여 그것을 피하거나 혹은 없도록 할 수 있어야 한다(Martin Kohli).

▸ 신중함과 예방책의 결합으로 이해되는 ‘예방’은 개인화된 사회의 법칙이다. 이것은 미리 생각하고 미래를 계산하고 통제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이 ‘미래에의 압박’이 계획 수립의 계기와 더불어 개인의 생활 태도 속에 유입된다.

▸ 현대 사회에서 생활 계획 수립은 하나의 가치 그 자체가 되었다. 가족 구성원 간의 대화에서 상당히 많은 부분이 생활의 전망과 관련된다. 그리고 생활 계획은 계속해서 교정된다. 그러한 생활 계획의 결여는 어디서나 비난의 구실(무계획자는 단순하고 비합리적이며 무책임하게 보임)을 제공한다(Berger/Berger/Kellner).

▸ 계획이 불확실한 경우 그 사람은 결과를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그 결과는 더 이상 운명이 아니라 ‘스스로의 잘못’이기 때문이다.


(3) 전문지식의 확산

▸ 현대의 탈마법화된 세계에서 사람들은 계획하고 예견하고 목적의식을 가지고 행동해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 그것이 가능한가?

사람들이 계획을 세우고 예견하고 목적의식을 갖고 생활하면서 전문지식이 일상의 당연한 부분이 되고 있다. 우리 주변을 둘러싼 전문가들은 개인의 생활과 감정 움직임에도 영향을 미친다. 계획을 세워야 하는 사람들은 정보를 수집하고 이것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선별하고 비교하여 새로운 정보를 수집해야 하기 때문에 전문지식이 필요하다.

▸ 전문가는 이론과 전략과 해결 방안을 구상하고 장점과 단점을 열거하며 처방전과 규칙을 제공하고 방법과 해결책을 제시한다. 전문가는 생활을 최적화하고 계산하는데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한다. 그러나 전문가의 지식은 확실하다고 해도 그 지식 고유의 성격상 항상 불확실하다. 따라서 전문가의 지식은 멈추어 있지 않고 확장되며 계속해서 발전해 나갈 뿐만 아니라 시간이 감에 따라 시대에 뒤떨어져 낡은 것이 된다.

(예) 과거에는 심신의 긴장 완화를 위해 흡연 권장.

과거에는 어머니들이 엄격한 태도를 지니기 위해 시간표에 따라 수유했는데 현재는 아이의 성장에 해로운 것으로 간주되어 필요에 따라 수유.


2. 사적 관계 영역에서의 예방책에 대한 사고

생활과 미래에 대한 계획 수립의 현실적인 방식들이 어떻게 개인적인 영역 속에서 구체적인 영향을 끼치는지, 어떤 새로운 태도의 본보기를 출현시키는지 살펴보자.


(1) 파트너 관계의 예행연습

▸ 사랑, 성, 파트너 관계는 겉보기에 가장 내밀하고 완전히 감정에 의해 규정된 영역으로, 계산과 관리의 전략과는 멀리 떨어진 영역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성에 대한 지식이 성에 대한 관계를 지속적으로 크게 변화시켜 계획 수립의 새로운 방식들(피임약 복용, 콘돔 사용)을 만들어냈다.

▸ 파트너 관계에서 이제 더 이상 결혼은 일생에 걸친 결합이 아니다. 실패와 이혼의 위험이 분명해 질수록 그 대응책으로 미리 안전조치를 취하려는 전략들(혼전 치료, 혼전 검사 목록, 혼전 의사소통 치료 등)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이것은 결혼이라는 위급한 상황이 시작되기 전에 잠재하는 위험과 갈등의 요인을 발견해내기 위함이다.

▸ 많은 파트너들이 결혼 전 부부재산 계약을 맺는다. 사람들은 단순히 운명에 모든 것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관련된 것을 확인하고 법적인 방법으로 안전 조치를 취하고자 한다. 모든 것이 불확실해지고 과거의 전통과 규범이 점점 유효성을 상실해가는 곳에서 사람들은 사적인 두 사람의 관계 속에서 구속성과 안전성과 신뢰를 만들어내고자 미래를 계산 가능한 것으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 많은 파트너들이 혼인 신고를 하기 전에 서로 맞는지 알아보고자 결혼 전 동거를 시작한다. 과거에는 가족의 유대를 통해 가능한 파트너를 선택하고 관리 감독했으나 현재는 결혼 전에 계획을 세우고 시험해보고 안전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것은 결혼 결정과 결혼 연령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결정 지연, 연령 상승).

▸ 과거 - 시민 사회에서 결혼으로 가는 길이 단계마다 존재하는 자명한 순서대로(만남, 부모의 동의, 약혼, 결혼, 공동 살림의 시작) 구속력 있는 진행을 따랐다

▸ 현대 - 사회적인 규정이 해체되면서 독자적인 안전장치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현안 문제들(이사, 부부재산계약서 작성, 결혼 등)이 정해지고 결단이 요구되는데, 그 결과는 선호도, 교육, 개인적인 인생 역정, 과거의 파트너 관계 경험에 의해 좌우된다.


(2) 부모 되기에 대한 계획

▸ 과거에는 출산이 자연스런 것이었으나 현재는 오랜 기간의 숙고와 검토를 필요로 하면서 ‘가족계획’이나 ‘책임감 있는 부모가 되는 것’에 대해 생각한 후 결정한다. 이 책임감은 파트너 관계의 안정성에서부터 수입과 주거를 넘어 직업의 이력에 이르기까지 많은 요인들에서 측정된다. 따라서 결단의 상황이 실제로 오랜 시간 가족계획을 세우지 못하게 만들기도 한다. 또한 출산을 계획함에 있어 피임뿐만 아니라 생물학적인 신체 상태와 불임 등 다른 조건들이 충족되는지 고려해야 한다.


(3) 산전 진단법을 이용한 “시험적 임신”으로

▸ 임신 계획을 세우고 임신을 하게 되는 경우에도 계획 수립과 안전 조치는 계속 해야만 한다. 유전학적인 위험과 고연령 임산부와 같은 위험 집단들은 예방 조치를 위해 유전학 전문가를 찾아가 테스트를 받고 상황이 좋지 않다면 임신을 중단시키고, 원할 경우 새로운 임신인 ‘시험적 임신’을 시도한다.

(예) 산전 진단법, 유전자 진단법 활용

▸ 현대에서 임신은 자연스런 사건이 아니라 의식적인 책임과 특별한 가르침이 필요하고 유전적인 조언도 필요한 사건이다. 거기에 따른 선택은 자신의 계획에 따라야 한다. 이로 인해 부부는 갈등과 혼란을 겪게 될 수 있고 서로에게 오해가 생길 수 있다.

(예) 다운증후군 등과 같은 유전학적 비정상이 확인된 경우 임신을 유지할 것인가, 낙태를 결정할 것인가.


(4) 요람에서 무덤까지 의학기술과 함께

▸ 인간의 유전학적 지도의 해독이 빠르게 진척되면서 인간생물학적 구조들이 인식 가능하게 되고 그에 따라 의사가 간섭하고 지시하며 행동 규칙을 정해줄 여지가 많아졌다. 오늘 건강하다 하더라고 내일 갑자기 중환자실 치료나 장기 이식에 관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을 접하게 될 수 있다. 그것은 자신의 문제일 수도 있고 가족의 문제를 대신 결정해야 하는 상황일 수 있다. 이때 여러 사람들의 (상황에 따른)이해와 권리, 생활 계획과 가치에 대한 생각이 개입되어 서로 다른 결정에 도달하기도 한다.

(예) 뇌사상태 환자의 인공호흡에 대한 찬성 혹은 반대, 중대 결함을 갖고 태어난 아이의 중환자 치료에 대한 찬성 혹은 반대 등.


3. 계획 수립 프로젝트에서 나타나는 계획되지 않은 부수적 결과들

▸ 지금까지 말한 대로 현대에서의 인생행로는 점점 더 계획 수립의 프로젝트가 되어가고 있다. 기든스적 의미에서 현재는 ‘영리한 사람들의 시대’이며, 전문 지식들이 우리 일상의 점점 더 많은 영역 안으로 침투하고 있다. 정보를 찾고 선별하고 처리하는 것이 일상의 법칙이 되었고 여기에 보조를 맞출 수 없는 사람은 정보에 어두운 사람이다.


▸ 개인화의 조건에서 각 개인은 어떻게 자신의 가족 관계를 형성하고, 그 관계의 실험 영역에서 갑자기 피해를 입지 않도록 어떻게 앞을 내다보면서 안전 조치를 취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에 점점 더 많이 직면하게 된다. 이것은 건강과 질병, 탄생, 생식에서 사망까지의 영역에 해당한다. 이것은 의학 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더불어 과거에 ‘자연’이었던 것이 점점 더 많은 선택 가능성으로 확대되었기 때문이다.


▸ 결정하는 것 역시 가정의 깊은 곳까지 영향을 미친다. 고도의 의학 기술이 더 많은 선택 가능성을 제공할수록 한 가정 내에서 올바른 결정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생각을 가지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될 것이다.


▸ 현대를 특징짓는 계획 수립의 사고는 자신 안에 놓여 있는 새로운 기회와 통제와 강제를 동반한 이력의 새로운 형상화 가능성을 가리킨다.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파트너십이나 교육, 직업선택, 소비 등의 분야에서건 일상의 행동은 점점 더 ‘미래에의 압박’하에 놓이게 되면서 새로운 요구들에 직면하게 된다.


선택 가능성들은 그것의 이면을 포함한다. 계획과 더불어 계획의 함정이 생겨나고, 예방책과 더불어 예방책의 함정도 생겨난다. 이제 우연과 불행에만 주의를 기울일 것이 아니라 ‘부수적 결과들’에 대해서도 통제하고 계산하고 안전 조치를 취하는 행위 속에서 자기 스스로 그 함정에 말려들지 않도록 무장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