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증 또는 인격의 해리는 어떻게 일어나는가?
(1)신경증과 해리는 ‘의식의 일방성’과 관련있다. 다시 말해 자아와 자아의식이 자신의 무의식을 무시하고 거의 전적으로 외부사회에의 순응에 치우칠 때(외적 인격인 페르조나와 자나치게 동일시할 때) 무의식의 대상작용으로 인해 일시적인 의식상의 혼란을 경험하게 되는 데 이것이 신경증이다.
ex) 증상의 의미 : 갱년기 우울증에 대한 분석심리학적 이해 갱년기의 여러 정신장애, 특히 갱년기 우울증은 대개 강박적이고 철저한 성격의 사람에게 잘 나타나며, 이런 사람들은 대개 사회생활을 착실히 하고 사회의 도덕규범을 철저히 지키는 사람으로 가족을 위해 또는 직장이나 사회를 위해 아내로서 또는 가장으로서 완벽한 봉사를 해 온 사람들이다. 그들은 사회와 가족과 직장의 기대와 사회적 평가에 철저하게 자신을 일치시켜 오느라고 자기 자신의 개성을 살리지 못했기 때문에 정신적인 균형이 개지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우울증상은 의식에서 이용할 만한 정신적인 에너지가 고갈되었음을 말한다. 에너지는 무의식에 정체되고 지금까지 돌보지 않은 내면세계가 큰 세력을 가지고 의식을 압박하기에 이른다. 이때 이 사람이 느끼는 절망감, 허무감, 자살관념 같은 것은 자아의식이 한계에 달했음을 말한다. 자아가 집착해온 사회적 평가, 객관적 기준, 사회규범의 한계를 느끼는 데서 오는 절망이다. 자살충동은 이 경우 낡은 자아의 태도가 죽고 새로운 인격으로 ‘재생’하려는 무의식적 충동(ex. 자신이 죽는 꿈)이라고 할 수 있다. 우울증상은 환자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밖으로 향한 그의 시선을 안으로 돌리도록 강요한다. 그러나 그에게 이런 의미가 처음부터 의식되지 못한 채 그는 증상의 포로가 되어 오직 증상의 불쾌감에 허덕이고 있을 뿐이다. |
(2)자아의식의 일방성과 심리유형간의 관계
일반적으로 자아는 자신이 태어날 때부터 또는 초기에 형성된 우월기능(주기능)을 더 사용하여 발전시키려 하고, 단점 즉 열등기능을 도외시한 채 숨기고 돌보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ex. 지나친 외향화에 따르는 심리적 현상 객관중심적 태도나 객관적 평가규준에 대한 무조건적 순응 등의 지나친 외향화 -> 무의식 속의 내향성의 과보상 -> 자아기능의 혼란 -> 신경증을 비롯한 정신신체장애(ex. 히스테리성 신경증이나 기능 또는 기질성 신체장애)의 발생) ->신체(주체의 중요한 근거)증상은 ‘남’의 눈이나 평가, 사회규범에 집중되었던 그의 관심을 자기 자신으로 돌리기를 요구함 -> 무의식의 이해와 수용을 통한 개인의 의식세계의 확대 cf. 그 밖의 예 (a)내향성의 경우, 무의식의 원시적인 외향성으로 인해 외부세계에 대한 지나친 예민함 또는 불안 공포반응을 보임(신경쇠약성 신경증) (b)외향적 사고 또는 외향적 감정(외향적 합리형)의 경우, 무의식의 원시적인 비합리적 기능(인식기능인 직관이나 감각기능)에 의해 강박적인 쾌락충동에 사로 잡혀 알콜중독, 약물남용, 성적 탐닉을 일으키거나(원시적인 감각기능) 또는 상대방에 대한 부정적인 의심이나 추측(원시적인 직관기능)이 나타나게 된다) 결국 개인이 보이는 신경증의 증상은 그 사람이 지닌 열등기능이 무엇인가에 따라 달라진다. |
(3)증상의 강박적 특징 - 대개 무의식의 열등기능의 대상과정이 증상으로 나타날 때 강박적인 특성을 지닌다. (ex. 감각형의 열등한 직관(강박적인 공포스런 예감이나 의혹, 더 나아가 이런 예감과 의혹에 도덕적이거나 종교적 색채를 가미함)/직관형의 열등한 감각(사소하거나 미미한 증상에 대한 지나치게 강박적인 건강염려증이나 신체적인 이상감각경험))
(4)융의 경우 심리유형은 어느 정도 선천적으로 결정된다고 보지만 이렇게 타고난 유형과는 반대되는 교육이나 환경으로부터의 압력을 받으면 개인은 심신의 건강에 막대한 타격을 입는다고 보았다. 이런 의미에서 분석치료는 ‘환자의 개성을 알아보고 그것을 살리는 것’을 치료의 중요한 과제로 삼는다(사실 MBTI와 같은 검사만으로 기계적으로 개인의 주기능과 열등기능을 알아내고자 하는 시도는 극히 제한적이다. 그의 주기능과 열등기능을 통해 심리유형을 보다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개인의 과거사와 자신에 대한 의식적 평가 그리고 그의 무의식에 대한 파악이 필요하다. 그 이유는 개인이 지닌 개성이란 심리학적 유형을 능가하는 다양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3)현대사회의 ‘영혼의 상실(loss of soul)’과 종교성의 의미
- 집단적 가치관, 시대정신과의 동일시로 말미암은 자기상실은 언제나 신경증의 근원이며, 태초의 시간부터 인류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온 종교는 흔히 병적인 인격해리의 위기로부터 인간을 구원하는 역할을 한다. 왜냐하면 종교는 인간으로 하여금 그의 정신의 원천인 신화의 세계, 즉 뿌리와 연결시켜주기 때문이다(cf. 프로이트의 종교적 견해 - 유아적 강박증). 그러나 서구근대의 계몽주의적 합리주의는 종교가 가진 신화적 상징을 깨뜨려 나감으로써 신경증의 터전을 마련하고 있다. 인간정신의 근원에 흐르는 원초적인 종교적 본능으로부터의 해리 그리고 그로 말미암은 종교적 태도의 상실은 그 정도가 심각하면 할수록 신경증은 증가한다.
“내가 확실히 알고 있는 것은 유럽인의 정신상태(객관적 진리와 합리주의에 대한 일방적 추구)는 어디서나 심각한 균형의 결손을 나타낸다는 사실(개인이 지닌 고통의 위대한 의미-영원성-를 보지 못하고 지나쳐 버린다)이다. 우리는 분개와 신경질, 혼란과 세계관의 방향상실의 시대 속에 살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나를 찾아온 많은 환자들이 꼭 신경증을 앓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그의 인생에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에, 혹은 철학과 종교가 이에 대해 아무런 해답을 주지 않기 때문에 찾아온 사람들이었다. 물론 치료자가 그 사람들에게 새로운 철학이나 종교를 가르쳐주는 것은 아니다. 치료자는 그 사람들의 무의식 속에 있는 종교적 심성이 어떤 내용을 그에게 제시하고 있는 가를 찾아주는 작업을 도와줄 뿐이다” - 1932년 융의 강연구절에서 - : 융의 말은 당시 유럽사회 뿐만 아니라 현대 서구사회 및 한국사회의 현실에도 해당된다. 그리고 융이 종교성을 강조한 것이 모든 사람이 여러 종교의 신자가 되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종교성(religiosity)이란 한마디로 “겸허한 자세”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다 - 이부영박사의 해석 - |
(2)융은 분석심리학적 입장에서 세계관을 새롭고 건강하게 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은 무의식적인 세계의 인식과 그것이 지닌 창조성이며, 그 밑바닥의 원천을 이루는 합리적으로 파악하기 힘든 신화의 세계의 존재에 대한 깨달음이다. 우리는 합리주의의 장벽을 우리 주변에 쌓아올림으로써 자연과 종교적 심성의 영원성으로부터 고립되어 있다. 분석심리학은 합리적인 이성이 비난했던 무의식의 환상적인 내용들을 다시 발굴함으로써 이 장벽을 무너뜨리고자 한다 - “합리성, 그리고 자연적 본성이 지닌 영원성의 공존”
-----------------------------------------------------------------------
3교시
3. 정신병의 심리학적 이해
1)정신병의 심리학적 이해의 중요성
ex. 정신병에 있어 심리적인 원인이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우게 한 융의 경험 - 1905년 융이 쮜리히대학 정신과병원에서 만난 여성노인 환자의 사례 75세의 환자로 벌써 50년을 입원하고 있는 여성노인이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40년 동안 침대를 떠나지 않고 있었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할 줄 몰랐다. 그저 주어지는 병원식사를 ‘먹는다고 하기보다’는 ‘손으로 집어넣을’줄 알 뿐이었다. 아무도 이 환자가 어떻게 입원했는지를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그녀에 대한 알만한 병원사람들은 이미 모두 세상을 떠났고 다만 35년째 일하던 수간호사가 그녀에 대해 약간 알 뿐이었다. 때로 이 환자는 한 잔의 우유를 2시간 걸려 마시는 경우가 있었고, 먹지 않을 때에는 이상한 동작을 손과 팔로 되풀이하고 있었는데 그것이 무슨 뜻인지 알 길이 없었다. 이 환자는 임상강의 때마다 조발성치매의 긴장형(정신분열증의 catatonic type)으로 학생들에게 보여주는 증례가 되고 있었으나, 그런 것으로는 그 환자의 이상한 행동의 이유를 설명하는 데 아무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것은 아마 ‘상동증(stereotypy)'이거나 ’매너리즘‘ 또는 ’기괴한 행동‘이란 진단명칭을 붙이는 작업에 불과했다. 어느 날 저녁 융은 병동을 지나가면서 이 노인이 알 수없는 그 동작을 되풀이하는 것을 보고 그는 “왜 그녀가 그런 동작을 하는 것일까? 대체 그것이 무슨 뜻인가?”를 생각하게 되었다. 그가 수간호사에게 물어본 결과 이 환자는 그 전에도 이런 행동을 해왔고, 그녀의 선임자의 말로는 그녀가 그 전에 구두를 만들었다고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융은 낡은 차트를 찾아보니 거기에 이 환자가 구두수선공 같은 동작을 한다고 적혀 있었다. 구두를 깁는 사람이 구두를 양 무릎 사이에 끼고 바늘로 가죽을 꿰매는 동작과 같다는 것이다. 그러다 이 환자가 죽었다. 장례식에 이 환자의 늙은 오빠가 찾아왔다. 융은 그에게 “왜 동생이 병이 났는지 아느냐?”고 물었다. 이 때 그녀의 과거사가 나왔다. 그녀는 한 구두수선공을 사랑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는 무슨 까닭인지 그녀와 결혼하려 하지 않았다. 이 때 그녀는 “실성했다”고 설명했다. “구두수선공과 같은 동작은 그녀의 사랑하는 사람과의 동일성을 표시했고 그것은 죽을 때까지 계속되었다” |
: 오늘날 정신질환을 이해하는 데 있어 병력뿐만 아니라 환자의 생활사와 가족관계, 환경의 영향을 알아야 한다는 것은 진단 및 치료에 있어 상식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상식의 본래 동기가 ‘환자를 인간으로서 이해하려는 데 있다는 사실’이 점차 잊혀져 가고 있다. 특히 심리검사와 평가, 그에 근거한 기계적 진단과 범주화, 그에 따른 약물치료 등에 대한 지나친 의존은 단지 환자의 증상만을 없애는 데 주력을 기울이고, 그 뒤에 숨은 인간의 고통에 대해서는 경시하게 한다. 실제로 환자의 과거사를 물을 때 환자의 병에 중요한 계기가 된 뜻밖의 사건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으며, 이것이 약물에 의해 해소되기에는 너무나 엄청난 마음의 고통이었음을 깨닫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인간이란 생화학적인 기능의 집약체일 뿐만 아니라 사랑하고 미워하고 괴로워하는 정신적 존재이며 정신장애란 바로 이런 全人間의 반응이기 때문이다.
2)
ex. 바베트(조발성치매(정신분열증))의 사례 바베트는 자신을 비난하는 환청, 자살기도, 과대망상, 상동적인 언어, 신조어(바베트는 스스로 ‘힘의 언어’라고 표현함), 기괴한 행동의 증상을 보이고 있었다. 그녀는 대체로 자기 안의 세계에 틀어박혀서 밖으로는 비교적 순하게 조용한 생활을 했다. 융은 이 환자의 이치에 닿지 않는 횡설수설을 이해하기 위해 그에게 연상검사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 지연된 반응시간을 비롯한 다양하고 많은 콤플렉스 징후가 나타났다. 욕망도 보였고, 열등의식을 보상하는 과대망상도 나타났다. 이상할 정도로 강한 콤플렉스가 끊임없이 연상과정을 방해할 뿐 아니라 거의 모든 단어를 콤플렉스로 동화시키고 있었다. 환자를 여러 가지 신조어를 만들거나 알 수 없는 문장을 뇌까리곤 했는데, 융은 이런 증상을 이해하기 위해 그 신조어를 자극어로 해서 언어연상을 시켰다. 예를 들면 “나는 소크라테스다”라는 말에서 소크라테스를 자극어로 연상을 시키니까 다음과 같은 결과가 나왔다. “소크라테스: 제자 - 책 - 지혜 - 겸손 -지혜로움을 표현할 만한 말이 없다 - 최고의 바탕 - 그의 가르침 - 나쁜 사람에 의해서 죽어야 했다 - 잘못 고소당했다 - 가장 숭고한 고결 - 자족하다 - 이것이 소크라테스에 대한 모든 것이다 - 섬세한 학문의 세계”. 바베트가 이 말을 통해 표현하고자 했던 것은 “나는 소크라테스처럼 훌륭하지만 억울하게 갇혀 있고 괴로워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렇듯 융은 하잘것없어 보이는 말(상동증이나 신조어, 기괴한 행동 등)에서도 뜻을 찾았고, 그 뜻을 치료자로서의 선입견이나 이론적인 편견으로 단정하지 않고 환자의 마음을 통해서 발견하려고 했다(cf. 상징실현화기법) |
: “환자는 우리에게 그들의 중세 속에서 그들 생의 바램과 희망을 묘사한다. 마치 진실로 내적인 충동에서 시인이 그렇게 하는 것처럼. 시인은 비유를 쓴다 하더라도 정상적인 언어를 구사하기에 그의 고통과 즐거움을 비교적 우리가 이해하기 쉽다. 그러나 ”우리의 환자는 꿈속에서 말한다. - 그들의 사고에 가장 가까운 예를 일반인들의 꿈이다“ 시인은 의식하며 그의 사고는 방향을 지닌다. 교육도 받지 못했거나 문학적 소질도 적은 환자는 아무 방향관념없이 불분명한 환상적인 상들을 빈곤한 표현수단으로 만들어 나가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의 환자들의 작품들은 하나의 긴 끝없이 써내려간 결구로서 한편으로는 위대한 詩歌, 다른 한편으로는 小說에 비길 만하다“
(3)따라서 증상의 지적인 범주화나 해설보다는 환자의 고통을 공감하고자 하는 태도와 일반적인 가설이나 이론에 환자의 증상을 맞추기보다 환자 개인의 인간성을 통해서 그가 지닌 고통의 의미를 이해하려는 자세를 갖출 필요가 있다.
'특수아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열악한 환경이 '반응성 애착장애' 유발 (0) | 2010.11.14 |
---|---|
돈의 정신병리 (0) | 2010.11.14 |
Fuchs & Fuchs 가 주장하는 4단계 학습장애 판별 (0) | 2010.11.12 |
분열정동장애 (Schizoaffective Disorder) (0) | 2010.11.12 |
아동기 주요 정신장애(DSM-IV) (0) | 2010.1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