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변화 (과거와 현재)
1) 다양해진 가족형태의 출현
한국사회가 산업화하는 과정에서 가족구조에 나타난 가장 뚜렷한 변화는 가족의 소규모화와 핵가족화 및 다양한 가구형태의 증가현상이다. 가족의 소규모화는 출산율의 감소와 핵가족화 현상에 따른 결과로, 이는 자녀가 많을수록 좋다는 우리의 전통적인 생각이 정부주도로 1962년도부터 실시된 강력한 가족계획사업의 영향으로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슬로건을 많은 사람들이 몸소 실천한 결과이다.
우리나라가 농업국에서 공업국으로 체질개선을 하고 가치관의 혼란 속에 있는 상황에서 우리의 가족 모습이 변하지 않았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우리 나라의 가족이 변화한 것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것은 가옥의 변화, 가족의 형태변화 등에서 알 수 있다. 그 첫째로는 가족인원수 감소를 들 수 있다. 우리나라가 농업국이었을 때 우리 농가에서는 가정 노동력에 의존하였기 때문에 자녀를 많이 두는 경향이 있었다. 자녀는 장차 농업을 담당할 노동력이었기에 자녀가 많다는 것은 부자가 될 가능성이 많은 것이었으며 자녀는 부를 상징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공업국에서 자녀는 결혼하여 독립할 때가지 소비만 하는 존재가 되었다. 즉 자녀가 부모에게 의존하는 기간이 길어졌고 자녀의 양육비와 교육비가 많이 들게 되었다. 따라서 공업국에서는 자녀를 적게 생산하려는 경향이 있었고, 그 결과 가족원의 수가 감소하게 된 것이다.
현대 가족의 두 번째 특성은 가족의 핵가족화현상이다. 전통사회인 농업국에서는 생활 공간에 여유가 있어 넓은 공간에 많은 식구가 동거하였다. 그러나 도시로 대표되는 현대사회에서는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거주한다. 좁은 아파트에 3세대가 동거할 경우, 젊은 세대도 시부모 앞에서 자유롭지 못하며 자유를 바라는 젊은이들은 시부모와 동거하기를 꺼린다. 이와 같은 조건에서 시부모도 자유롭지 못한 것은 젊은이와 같기에 경제적 여유가 있으면 결혼한 자녀와 동거하기를 꺼린다. 그러므로 최근에는 노인핵가족도 상당히 증가하고 있다. 현대 가족의 세 번째 특징은 가족의 고립화 현상이다. 아파트의 구조에서 볼 수 있듯이 도시 가족으로 대표되는 현대 가족은 전후좌우, 위아래층에 까지 좁은 공간에 다른 많은 세대들과 함께 살기 때문에 이웃과 상당히 가까운 거리에 있다. 이와 같이 가시적이고 물리적인 이웃은 많아졌으나 정작 심리적으로 친근하게 지낼 이웃은 없다. 이러한 현상이 생기는 원인은 현대 도시사회의 특성으로 인한 것이다. 현대사회는 공업, 산업사회이고 직업이 다양하여 이웃사람들끼리 서로 대화할 공동의 주제가 없기에 이웃이라 하여도 대화를 나눌수 없다. 특히 맞벌이 부부가 늘어남으로 인해 바쁜 생활로 인해 대화를 나눌 시간이 없다. 부부가 바쁘기 때문에 친밀한 친밀한 교류가 어렵기도 하거니와, 특히 도시에서의 잦은 이사 또한 그 원인이 된다. 남자의 직장에 따라 이사하고, 남자의 직위가 상승하면 또 이사하며, 자녀의 학군이 좋은 곳에 따라서 이사하고, 집값이 오르는 것에 따라 이사한다. 옛날에는 한 집에 수세대를 살았지만, 오늘날에는 그렇지 않다. 서울의 경우 평균 5년에 한 번 이사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한다. 이러한 현대가족의 세가지 특성은 가족의 형태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쉽게 파악되는 현상이다.
한편, 최근 늘어나고 있는 노인단독가구나 독신가구의 증대 등은 산업화로 인한 우리의 생활양식의 변화와도 무관하지 않다. 아파트 생할이 보편화함에 따라 과거 한옥에서와 같이 안채와 사랑채가 분리되어있지 않고 거실을 중앙에 둔 아파트 구조는, 두 세대가 함께 살기에 불편하므로, 부모가 자녀세대가 분가하여 각기 독립생활을 하면서 자주 왕래하는 형태를 띤다. 그러나 부모와 자녀의 분리 거주는 주택구조보다는 서로 눈치보며 함께 사는 불편과 갈등을 피하여 독립된 생활을 선호하는 의식이 더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 최근에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예전에는 시어머니가 아들집에 예고없이 가서 음식 등을 해주었지만, 요즈음에는 며느리의 눈치를 보느라 시어머니가 음식 등을 장만해 경비실에 맡겨두고, 집에 와서 찾아가도록 전화를 한다는 이야기였다. 우스개 소리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이는 오늘날의 변화양상을 잘 나타내주는 이야기라 할 것이다.
또한 외식산업의 발전, 반찬가게의 증가, 가전제품의 개발이나 서구식 주택에서의 입식생활의 도입 등으로 과거에는 홀로 살기 힘들었던 독신남성들도 여성의 도움없이도 혼자서 자취생활을 하기가 훨씬 쉬워졌다. 이러한 변화들이 자발적인 핵가족이나 비전통적인 가구의 증대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과거에는 들어본 적도 없는 새로운 가족형태가 등장하고 있다. 젊은 연령층의 부부에게서 주말부부, 주말가족 등 장거리가족개념이 등장하였다. 맞벌이 부부가 점점 늘어나면서 자녀는 친정이나 시집에 맡겨놓고 주말에만 자녀와 함께 보내는 주말부모 또는 부부의 직장이 서로 다른 지역에 있어서 주말에만 만나는 주말부부가 그 예이다. 주말부부나 주말부모는 그 성립배경에 있어서 차이가 있는데 주말부부는 주로 남편이 직장문제로 가족과 떨어지게 되는 경우로, 자녀의 교육 때문에 가족들이 이주를 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많은 공단지역에서는 기혼총각이라는 용어가 생겨날 정도이다. 주말부모는 대부분의 경우 아내가 전업제로 취업을 하고 있어서 어린 자녀를 돌볼 수 없는 경우이다.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고 있으나 이들을 위한 탁아제도가 적절히 마련되어 있지 않은 현 실정을 고려해 본다면 앞으로도 이러한 별거 아닌 별거 가족의 수는 점점 더 늘어날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딩크(DINK)족 바람이 불고 있다. 즉 결혼은 하지만 자식은 원치 않는 젊은 부부들이다. 이는 맞벌이를 하면서 자녀를 두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노동력 확보를 위해 가족성원의 재생산을 목적으로 하던 전통사회와는 매우 다른 현상이다. 경제생활에 집착하면서, 자녀에게 매달리는 생활보다는 자신의 삶을 즐기겠다는 의식이 이러한 가족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한편, 최근 들어서 높아지고 있는 이혼율도 가구의 형태를 다양하게 만드는 주요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4쌍중 1쌍이 이혼을 하고 있으며, 이는 급속한 이혼율의 증가와 함께 쉽게 끓고 쉽게 식는 ‘냄비사랑’식의 결혼풍조가 급증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뿐만 아니라 계약결혼이라든지 동거의 비율 또한 증가추세에 있다. 이는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같이 살겠다고 하던 전통사회와는 구별되며, 이제는 자신의 삶 그 자체를 위해 살겠다는 생각이 반영된 가족형태가 아닌가 싶다. 이처럼, 가족형태는 전통사회와 확연히 구별되는 여러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2) 가족 기능의 변화
현대 가족은 가족의 형태 등의 외적인 변화와 더불어 그 기능면에서도 많이 변화했다. 전근대적 사회에서는 가족이 교육과 종교, 생산 등 다방면에 있엇 그 기능을 수행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가족의 포괄적 기능이 점차 각 전문기관에 맡겨짐에 따라 가족의 전통적 역할은 축소되었다. 우리나라 가족에서 크게 변한 기능은 의식주를 포함하는 경제적 기능이다. 전통사회에서 의식주 생활은 중요한 기능이었으며 특히 주부는 의식주 생활을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다. 50여년 전만 하여도 의복은 여자들이 물레질을 하여 실을 뽑아 베틀에서 옷감을 짜고 재단을 하여 만들었고, 세탁할 때면 옷을 모두 뜯고 바느질을 하고 다리미질을 하는 등 전통사회에서는 여자들이 많은 시간을 의생활에 소비하였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는 기성복을 구입하고, 세탁기를 이용하거나 세탁소에 맡기는 등 불필요한 시간이 줄어들게 되었다. 이는 1차집단인 가정의 기본적 기능이 2차집단으로 전이되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변화는 식생활에서도 나타난다. 옛날에는 집앞 텃밭에서 주부가 거의 모든 부식을 재배하였고 모든 음식을 직접 만들었으나, 현대에는 텃밭을 둘 공간도 없고 있다해도 이것을 가꿀 시간이 없으며, 모든 것이 상품화하여 부식의 대부분을 시장에서 구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스턴트 식품의 발달로 식생활도 쉽고 간편하게 바뀌었다. 이와같이 현대에는 주부의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의식주 생활이 크게 간소화하여 주부가 가사 노동에서 해방되었다. 그러나 모든 것이 간소화하고 편하게 되어 주부의 부담을 감소시킨 것만은 아니다. 심리적 안정기능은 오히려 증가되었기 때문이다.
전통사회에서 이러한 기능이 없어진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전통사회에서는 가족원의 안정을 구하는 심리적 기능을 이웃집이 같이 담당하여 주었다. 옛날 시골 마을을 연상하면 쉽게 이해가 된다. 시골에서는 일도 같이 하지만 저녁을 먹고 식구들이 자기 연령에 걸맞는 친구들을 찾아가 저녁 늦도록 이야기를 하고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시어머니들은 시어머니들끼리 모여 며느리 흉도 보고, 며느리들은 며느리들끼리 모여 시어머니 욕을 실컷 하며 속을 풀었다. 그러나, 오늘날 도시의 가족은 고립화되어 자기 내면을 속시원히 털어놓을 심리적 위안을 줄 이웃이 없어졌다. 뿐만 아니라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예전보다 더 심하다. 오늘날 사회는 집밖으로, 심지어는 집에서도 긴장을 늦추어서는 안된다. 아파트는 말할 것도 없고 주택의 경우도 대부분 붙어 있으며, 따라서 소음이 나지 않게끔 긴장해야 한다. 대중교통시설을 이용할 때도 긴장하며, 직장생활도 긴장의 연속이다.
현대 가족이 가정 안에서 가장 중요시 하는 기능이라면 휴식의 기능이라 하겠다. 집에 돌아와 지친 심신을 잘 쉬어야 하기 때문이다. 현대가정에서 가족구성원은 다음날의 생산활동을 더 잘하기 위해 재충전하는 것이다. 이처럼 현재는 가족의 존속과 유지를 위한 역할과 가족성원들을 위한 보호와 양육의 정서적 역할을 주로 하는 애정의 장소로 대표되고 있다. 가족은 보호의 장이며, 자녀의 양육과 사회화를 주로 담당하는 중요한 장소로 남아있다. 비록 그 기능은 축소되었지만, 가족에 대한 기대는 과거에 비해 더 증대된 감도 없지 않다. 가족은 메마르고 비인간적인 냉혹한 세계에서, 안식처라는 중요한 기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족의 순기능적 측면이 존재함에도 가족의 역기능적 측면으로 인해 가족의 반사회적 기능이 강화되기도 한다. 가정이 지나치게 가족 성원만을 중시여기는 가족이기주의에 빠지게 될 때, 가정은 반사회적인 이기적 집단으로 전락하고, 개개 가족들이 공동체로 통합되지 못하고 고립되는 현상을 초래하기도 하였다. 또, 학교 교육이 중요하게 되는 등 가족성원이 각각 속한 집단의 중요성이 더해감에 따라 가족성원의 개별화가 보편화되고 있다. 모든 식구가 함께 모여서 식사하는 기회가 매우 드문 현상으로 바뀌고 있다. 가족성원이 하나의 가족집단으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시간표에 따라 움직이는 개별화된 점도 현대 한국가족에서 볼 수 있는 뚜렷한 변화이다. 이는 가족이 과거와 같이 의식주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되 그 내용에 있어서는 획일화시키기가 힘들며 가족에 따라서는 상당히 다양한 형태를 띠고 있음을 의미한다.
현대가족에서는 또한 지위재생산의 역할이 매우 중시되고 있다. 자녀를 대학에 입학시킨 다음, 아들의 경우는 좋은 직장에 취직시키고 딸의 경우는 좋은 집안에 결혼시킴으로써 가족의 지위를 유지하거나 상승시키는 것을 매우 중요한 역할로 삼고 있다. 또한 가장의 고정소득을 잘 운영하여 저축을 하고 투자로서 주택을 늘이고 생활수준을 향상시키는 등 경제적 지위를 높이는 것은 주로 여성의 몫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러한 가족의 지위 유지나 상승을 위한 역할이 주부에게 기대됨으로써 가정주부에게 상당히 무거운 짐이 부과되고 있다. 특히 핵가족, 맞벌이 부부의 경우에는 인력과 경제적으로감당하기 힘든 실정이다.
3) 가족 내부 관계의 변화(가족역할변화)
한국 가족은 그 형태와 기능뿐만 아니라 가족 내부의 지위와 역할 또한 변화하고 있다.
첫째, 한국가족은 강한 효개념을 바탕으로 형성되어 있으므로 전통적으로 부모의 권한이 매우 강하게 작용하였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노부모세대 중심의 생활이나 위계질서가 지배적인 특성이지만, 최근 들어서는 신세대를 중심으로 부부중심적인 생활이 보편화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나이든 세대에 비해서 독립하기 이전의 가족에 대한 의무나 책임의식은 약화된 반면, 독립이후에 형성된 가족에 대해서는 부모세대에 비해 더욱 많은 시간과 관심을 투자하는 젊은 가족들이 늘어나고 있다.
둘째, 한국가족은 부계중심, 장자중심의 가족제도를 형성하고 있어서 직계가족의 특성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전통가족의 경우 가족이 존재하는 이유는 자녀 특히 아들을 출산하여 조상의 제사를 책임지도록 하는 것에 있었다. 따라서 부부관계도 부자관계를 위해 존재하였으며, 부부관계는 부자관계를 유지하지 못하면 해체되어야 했다. 즉, 여자가 아들을 낳지 못하면 칠거지악이라 하여 쫓겨나도 말을 못하였다. 이러한 전통적인 부자중심의 가족이 현대사회에서는 부부중심의 가족으로 바뀌었다. 즉 부부는 가장 친한 진구이고, 가장 오래 지속되는 친구이며, 생의 동반자가 된 것이다. 전통사회는 장자가 상속권을 최우선적으로 지니고 있으며, 조상에 대한 제사를 책임지고, 부모를 부양하는 것이 보편적으로 받아들어졌다. 그러나 최근들어 노부모의 독립적인 생활이 늘고있고, 상속제도의 평등화와 아울러 장남 아닌 아들 또는 딸과의 동거 등 과거에는 장자에게만 기대되었던 부모 부양의 의무가 어느 정도 바뀌고 있다. 또한 결혼 후, 시집에서 기거하거나 시집 근처에 자리잡았으나 이제는 자녀들이 희망하는 곳에서 부모와는 독립적인 생활을 하는 가구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호주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점이나 아버지의 성을 따르는 부계중심적인 제도를 간직하고 있는 점은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가부장적인 전통이 매우 강하게 남아 있음을 말해준다.
셋째, 전통적으로 한국사회에서 딸은 출가외인이라는 강한 생각이 지배적이어서 아들과는 달리 딸은 곱게 길러서 시집을 보내면 부모의 책임을 다하는 것으로 믿어왔다. 또 아들에게 귀한 것을 많이 먹이고, 더 많은 교육을 시키는 등 딸과 차별을 시켰다. 하지만 근래 한국에서는 ‘잘 키운 딸하나 열아들 안 부럽다’라는 문구 등을 내세워 자녀에 투자에 성별을 두지 않게 되었고, 딸 하나만 낳고 단산하는 가정도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게 된 점도 중요한 변화로 여겨진다.
넷째, 현대 가족에서 크게 달라진 영역의 하나가 가장과 주부의 역할이다. 전통적인 가족에서는 남자가 할 일과 여자가 할 일이 엄격히 구별되어 있어 남자는 남자의 일에 충실하고 여자는 여자의 일에 충실하였을 때 그것이 조화를 이루어 가정은 원만히 운영되었다. 전통 가족에서 남자는 주로 집밖의 일을 하고 집안에서도 힘들고 어려운 일을 담당하였고, 여자는 자녀를 출산, 양육하고, 식구의 의식주 생활을 전담하였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는 남자는 식구를 부양하기 위해 오로지 직장에만 전념하게 되었다. 가장인 남자가 직장 일에 빠져 예전에 남자가 하던 관청, 출입 등의 일과 집안에서 어렵고 힘든 일을 아내가 담당하게 되었다. 이와 같이 가장과 주부의 역할이 달라졌으며 이에 따라 부부의 관계도 크게 달라졌다. 예컨데 전통가족에서는 남녀의 역할이 분명하고 자동적으로 조화를 이루었기 때문에 남자와 여자가 많은 대화를 하지 않아도 가정은 원만히 운영되었다. 하지만 현대에는 서로가 어떤 고민이 있는지 서로 말하지 않으면 부부는 남과 다름없이 서로에게 일어나는 일에 대해 모를 수밖에 없다. 부부들은 집안일이며 자녀문제, 경제문제, 시부모와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일 등 모든 것을 남편은 부인에게, 부인은 남편에게 이야기하고 의논하여야 한다. 이제는 부부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친구가 되는 것이다.
다섯째,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증대는 부부관계 및 부모자녀관계를 포함한 가족관계 전반에 있어 커다란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취업으로 인해 기혼여성은 시집에 대한 의무가 약화되거나 면제가 용인되는 식으로 시부모와의 관계에서도 변화가 일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시부모에게 자녀의 양육을 맡기고 며느리가 경제활동을 하기도 한다. 또는 자녀양육을 친정에 맡기기도 한다. 한편 여성의 사회진출은 남편과 아내간의 관계에도 변화를 가져와서 남편이 집안일을 돕거나 자녀에게 공부를 가르치는 등 가정 내에서도 역할을 분담하는 방향으로 평등화가 이루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