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미술치료를 받으려면 그림을 잘 그려야 하나요?
미술치료를 받기 위해 그림을 꼭 잘 그릴 필요는 없습니다.
앞서 설명을 드렸듯이, 미술치료는 미술심리치료를 줄여서 표현한 말입니다. 미술치료가 자신의 생각과 느낌들을 그림이나 만들기 등을 통해서 표현하는 심리치료의 한 방법이기 때문에 미술도구들을 자신의 뜻대로 유연하게 잘 다룰 수 있으면 훨씬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미술심리치료의 내담자들이 그림을 잘 그리는 능력을 꼭 가져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표현에 어려움이 있다면 치료사들이 도울 수도 있고 다른 방식의 표현을 찾다보면 오히려 좀더 자신의 마음에 적합한 결과를 얻을 수도 있지요.
2. 미술치료는 아이들만 받을 수 있나요?
미술치료는 아이들 뿐 아니라 장애인들, 노인들, 성인 일반, 청소년들 누구나 받을 수 있습니다.
미술심리치료는 마음을 다루는 분야라고 했습니다.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자신도 모르는 또 다른 자신들이 있지요. 그 또 다른 마음이 여러 가지 갈등을 일으키기도 하고 도움을 주기도 하는 등 다양한 역할을 합니다. 이런 마음을 하나하나 잘 살펴보다보면 지금보다 좀 더 나은 ‘나’를 느끼거나 ‘나의 문제’라고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 다르게 생각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면서 조금씩 변화를 느끼게 되지요. 이런 과정을 경험하는 데, 남녀노소, 장애, 비장애의 차이가 있을 수 없지요. 때문에 미술치료를 받는 대상자가 아이들로 한정되지는 않습니다.
3. 미술치료는 마음과 정신에 문제가 있는 사람만 받는 거 아닌가요?
심리적인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는 경우, 예전에는 신경정신과를 찾는 일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었습니다. 어쩌면, ‘심리치료’의 영역은 ‘정신과’를 찾기에는 뭔가 껄끄러운, 그러면서도 뭔가 도움은 필요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생겨났을 수도 있습니다. 마음과 정신에 불편감이 있는 사람들이 아무래도 미술치료와 같은 심리치료의 도움을 더 많이 필요로 하기는 합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병원에서 어떤 심리적인 문제가 있다고 진단을 받은 사람들 뿐 아니라, 인간관계가 힘겨운 사람, 가족 간의 갈등을 해결하고 싶은 사람, 부부문제, 양육문제, 아이들의 경우 학교 생활에 적응하기 위해서 등의 이유로 심리치료를 받고자 미술치료실을 찾곤 합니다. 특별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내면을 탐색하고 내적 성장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미술심리치료사들을 찾기도 합니다.
병원에서 확정적으로 심리적인 ‘문제’가 있다고 진단받은 사람만이 미술치료를 받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지요.
4. 미술치료를 받으면 그림을 잘 그리게 되나요?
이따금, 자신의 아이가 미술치료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문의를 하시면서, 그 이유가 아이가 그림을 잘 못 그리는데, 그림 실력도 나아질 수 있을 것 같아서 알아보는 중이라고 말씀하시는 부모님들이 계십니다.
이런 경우, 미술치료는 미술 ‘심리’치료라고 강조를 해드리지요. 미술실력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시는 경우라면 미술‘학원’을 찾으시는 것이 훨씬 더 빠른 길이라는 것도 알려드리구요.
미술치료에서 중요한 부분은 ‘미술’이 아니라 생략된 ‘심리’에 있습니다. 때문에, 치료사는 내담자의 작업결과보다는 작업과정에 집중을 하게 됩니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미술치료’하면 자연스럽게 연상될 수도 있는 ‘미술실력향상’에는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내담자가 자신의 마음을 도화지 위에 표현하거나 찰흙으로 표현을 하는 데 있어서 기술적인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에도 미술치료사는 섣불리 기술적인 도움을 주지는 않습니다. 미술심리치료에서 결과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작품 하나를 완성하는 과정에서 내담자가 무엇을 어떻게 느끼는가가 중요하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서 치료사가 작품의 완성을 도와줄 수도 있고 짐짓 모른 체 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나서 작업 과정에서 느꼈던 여러 가지 마음, 들었던 생각들을 나누면서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로 ‘미술표현능력’을 다루기도 합니다.
5. 제가 아는 누군가가 이런저런 그림을 그렸는데 이 사람은 어떤 문제가 있는 건가요?
미술치료사로서 처음 훈련을 받기 시작할 때, 가장 먼저 듣는 주의사항이
“미술치료사는 점쟁이가 아니다”
는 것입니다. 그림 한 장, 이야기 한 토막을 가지고 그 그림을 그린 사람의 심리상태를 넘겨짚을 수는 없다는 것이지요.
물론, 미술치료사들은 그림을 보고 사람의 심리상태를 짐작해보는 훈련을 합니다. 그림에는 어쨌든, 자신도 알지 못하는 자신의 마음이 표현되는 특성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어떤 그림이 어떤 마음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알려져 있는 여러 가지 이론들은 일반적으로 그렇다고 볼 수 있다는 뜻일뿐입니다. 개개인의 사람들마다 어떤 특정한 그림을 그린 이유는 달리 있을 수 있다는 사실도 동시에 염두에 두어야 하지요.
이를 테면 검은색을 주로 사용한 그림을 그렸다고 해서 그 심각한 우울증에 빠졌다고는 볼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물 속은 모른다는 말은 진리입니다. 내 속에 너무도 많은 내가 있고, 그 나를 나 자신도 잘 모릅니다. 나도 모르는 나가 과연 도화지 한 장에 모두 다 표현될 수 있을까요?
화가들이 몇 달, 몇 년에 걸쳐 그린 그림 한 장을 놓고 그의 내면을 탐색하는 글들이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요즘 내담자의 심리를 판단해달라며 치료사들에게 제시되는 그림은 A4나 8절지에 그려진 그림 한 장일 뿐이지요. 한 장의 그림으로 사람의 내면을 다 찾아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사람의 마음에 대한 무시와 무지의 표현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사람의 마음을 공부하고 있고, 많이 공부했다고 해서 살아움직이는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을 모두 다 알 수는 없습니다. 다만, 오랜 시간에 걸쳐 함께 탐색하며 찾아나갈 뿐이지요.
6. 제 문제가 그림으로 보이시나요? 어떻게 해결해야 하지요?
나 자신도 잘 모르는 나를 찾아가는 여정이 미술치료입니다. 치료사는 대략의 지도와 나침반을 가지고 내담자와 함께 하는 동반자이자 길 안내자이긴 하지만 정작 자신이 도달해야 할 곳을 아는 사람은 내담자 자신입니다.
모든 심리치료에서 치료사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이자, 내담자들이 요구하기 쉬운 바람이 바로
“치료사가 다 해결해 줄 거야.”
하는 생각입니다. 치료사는, 어쨌든 도움이 필요해 찾아온 내담자에게 도움을 줘야 한다는 마음을 강하게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내담자가 호소하는 심리적인 문제들을 자신이 해결해줘야 한다는 감정에 휘둘릴 수 있기 때문이고, 내담자는 심리적으로 아주 약한 상태에서 치료사를 찾기 때문에 스스로 길을 찾기보다 전문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되는 치료사에게 무조건 기대고만 싶어질 수 있습니다. 이 두 마음이 만나서, 마치 환자의 질병을 진단하고 약을 처방하여 치료하는 의사처럼 치료사의 역할을 한정해버리는 데 말없는 합의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치료가 되었다”
는 판단이 내려지는 결과가 있기까지 내담자가 해야 할 몫은 아주 많습니다. 미술치료가 주사 한 대, 약 한 봉지로 답을 낼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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