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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의 심리

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

알게 모르게 사람을 움직이는 것들
다이제스트·권춘오 북코스모스

1. 호감의 법칙

재판 과정에 있어서 피의자의 외모나 체격이 판결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다수의 연구 결과는 우리를 심란하게 만들고 있다.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과 범죄에 익숙한 법률 전문가들도 단정하고 예쁜 외모를 가진 피의자를 만나게 되면 설마 그녀가 죄를 범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오류를 가끔 저지르곤 한다.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범죄를 사람의 외모와 연결시켜 생각하기 때문에, 아름다운 여성 피의자는 유죄 판결을 받지 않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호감의 원천

얼굴이 잘 생긴 사람이 사회생활에서 유리하다는 점은 이미 우리 모두가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는 사실이지만, 최근의 연구 결과를 보면, 그렇게 유리한 영향력과 적용 영역이 사실보다 훨씬 과소평가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잘 생긴 사람에 대한 우리의 반응은 ‘열려라 참깨’식의 거의 무의식적인, 그리고 자동적인 반응의 형태를 띠고 있다. 사회과학자들은 이를 ‘후광효과’라고 말한다.

후광효과란 어떤 사람의 긍정적인 특성 하나가 그 사람 전체를 평가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이론을 말하는데,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우리의 신체적 매력이 바로 그러한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역할을 담당한다고 말할 수 있다.

심지어는 잘 생긴 사람을 보면, 그는 당연히 능력 있고 친절하며 정직한 동시에 머리도 영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다른 사람을 평가할 때 그들의 신체적 매력에 의해 우리의 평가가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1974년 캐나다의 선거 결과는 신체적으로 매력적인 후보가 그렇지 못한 후보보다 무려 2.5배나 많은 유권자의 표를 받았다고 조사되었다. 그러나 보다 심각한 문제는 잘 생긴 후보에 대한 이러한 편견에도 불구하고 캐나다의 유권자들은 그들의 투표 행위가 후보들의 신체적 매력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데 있다.

유권자의 73%가 자신들의 투표 행위가 후보자의 외모에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강력하게 부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체적 매력이 갖는 이러한 후광효과를 설득전문가들이 그들의 목적달성을 위해 사용하지 않을 리가 없다. 우리가 신체적으로 매력적인 사람을 좋아할 뿐만 아니라, 그들의 요청을 쉽게 승낙한다는 사실을 이해한다면, 왜 판매원 교육에서 몸치장에 대한 교육이 포함되고 있는지, 왜 옷가게의 판매원들은 모두 예쁜 아가씨들뿐인지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호감의 법칙 활용해 갈등 극복

당신의 얼굴 전면을 담고 있는 사진의 필름을 두 가지 방법으로 인화하여 한 장은 당신의 원래 모습대로, 그리고 다른 한 장은 그 모습과 대칭되어 오른쪽과 왼쪽이 서로 뒤바뀌도록 하여 당신과 당신 친구가 각각 어느 사진을 좋아하는지를 알아본다면 그 결과는 어떻게 나올까?

당신의 친구는 정상적인 방법으로 인화된 당신의 원래 모습의 사진을 선택할 것이며, 당신은 대칭되는 사진을 선택할 것이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할까? 그 이유는 당신이나 당신 친구 모두 익숙한 모습에 더욱 호의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이다.

즉, 당신의 친구는 당신이 세상에서 보여지는 모습에 더 익숙해져 있으며, 당신은 거울을 통하여 좌우가 뒤바뀐 당신의 모습에 더욱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떤 대상에 익숙해지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그 대상을 좋아하게 된다는 사실은 심리학적으로 입증된 것이다.

우리가 자주 반복하여 접촉하는 대상을 더 선호한다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일부 학자들은 인종 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접촉이론’을 주장하기도 하였다. 그들의 주장은 서로 다른 인종적 배경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그저 자주 반복하여 만나게만 해주면 그들은 자연히 서로 좋아하게 될 것이 아니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접촉이론이 현실적으로는 정반대의 결과를 보였다. 흑인과 백인이 혼합된 학교에서 인종 간의 편견과 갈등이 더욱 심하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접촉이론이 생성된 근본적인 원리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결과이다. 우선 학교라는 무대는 아이들이 다른 인종과 쉽게 교류할 수 있는 적합한 환경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또한 비록 인종적 배경이 다른 학생들이 서로 빈번하게 교류한다고 해도 단순한 반복적 접촉 그 자체가 양측 사이의 호감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사실 어떤 대상을 유쾌하지 못한 상황에서 반복적으로 접촉하게 되면 오히려 그 대상에 대한 호감도는 하락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다.

다행스럽게도 ‘협동을 통한 학습’이라는 개념을 사용한 교육 전문가들의 최근 연구 결과는 우리에게 커다란 희망을 주고 있다. 인종문제에 관한 학생들 간의 편견과 불화는 그들이 경쟁 상태에서 서로 다른 인종적 배경을 갖고 있는 학생들과 접촉하기 때문이며, 이들을 경쟁이 아닌 협동에 바탕을 둔 인종 간의 만남으로 유도하면 양측 사이에 자연스럽게 호감이 생겨나며 갈등이 줄어든다는 결과를 발표하였다.

실례로 캠프장에서 인근 동네로 음식을 구하러 가는 데 사용되었던 트럭이 깊은 구덩이에 빠져 움직이지 않았을 때, 캠프에 참여하였던 흑인 학생 집단과 백인 학생 집단이 하루 종일 힘을 합하여 그 트럭을 구덩이에서 끄집어내서 무사히 음식을 구하고는 인종 간의 갈등이 줄어들었다.

이렇게 공동의 목표를 위해 힘을 합하여 성공한 사례가 늘어날수록 두 집단 사이의 갈등과 불화는 점차 수그러들며 어느덧 상대를 동료, 협력자 또는 친구로 인식하게 되었다.

2. 권위의 법칙

귀에 염증을 앓고 있는 환자의 주치의가 환자의 오른쪽 귀에 투약할 것을 지시하였다. 그러나 투약을 위한 처방전에는 ‘Place in Right ear’로 쓰는 대신 약식으로 ‘Place in R ear’라고 적었다.

이 처방전을 받아든 간호사는 이를 ‘Place in Rear(뒤에, 즉 항문에 투약하시오)’라고 오해하여 귀에 넣어야 할 약을 환자의 항문에 집어넣고 말았다. 귀에 염증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 항문에 투약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는 일임에도 이런 과정에서 환자나 간호사 모두가 아무런 이의를 달지 않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우리들 마음속 깊이 자리잡고 있는, 합법적인 권위에 복종하려는 의무감 때문이다.

인간의 사회조직을 잠깐만 살펴보면, 권위에 대한 복종이라는 법칙이 우리의 행동에 왜 그처럼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가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다단계의 층으로 형성되어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는 권위의 체계를 통해서 우리 사회는 자원의 생산, 교환, 그리고 방어에 필요한 복잡하고도 정교한 구조들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권위의 상징물들

사람들은 권위의 실체에 의해서뿐만 아니라 단순한 권위의 상징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다. 우리는 이러한 권위의 법칙에 대해 자동적으로 반응하는 경향을 갖고 있다. 이러한 약점을 이용하여 설득전문가들은 실제적 권위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우리에게 그 상징물만 가지고서도 얼마든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기꾼들을 보면 모두 그럴 듯한 직함을 갖고 있거나 번지르르하게 차려 입거나 또는 자기들의 권위를 상징하는 겉치장을 하고 있다. 최고급 수준의 근사한 차를 타고 다니면서 정장을 한 세련된 모습으로 박사, 판사, 교수, 사장 등의 명함으로 무장하여 선량한 희생자들을 홀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권위의 상징들로 치장하면 사람들을 설득하기가 땅 짚고 헤엄치기보다 쉽다는 것을 이들은 너무도 잘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의 행동이 상대방의 직함에 의해 얼마나 큰 영향을 받는지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유명 대학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내 친구는 여행이 취미였기에 음식점, 주점, 터미널, 공항 등에서 낯선 사람들과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이러한 우연한 만남을 통하여 다양한 사람들의 삶의 모습에 대한 많은 지식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가 자신이 유명한 대학의 교수라는 사실을 밝히는 순간, 그들의 대화는 전혀 다른 양상을 띠게 된다는 것이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경우에 따라서 내 친구의 의견에 활발하게 반대도 하며 재미있게 이야기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친구의 의견을 아무런 반대 없이 받아들이고, 심지어는 문법에까지 신경을 쓴다는 것이다. 그들의 갑작스러운 변화에 친구는 처음에는 그저 어리둥절할 뿐이었다고 한다.

그러한 경험이 여러 번 반복되자, 내 친구는 낯선 사람과의 재미있는 대화를 위하여 때로는 자신의 신분을 감추기도 한다고 털어놓았다.

사기꾼들이 존재하지도 않는 권위를 내세우기 위하여 가짜 직함을 내세우는 일반적인 경향과는 정반대의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례에서 우리가 새삼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권위의 상징, 그 자체만 가지고도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고급 자동차에 더 관대하다

샌프란시스코 지역에서 행해진 한 연구는 사람들이 고급 승용차를 가진 사람에 대하여 특별한 경의를 품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연구자들이 밝혀낸 것은, 신호가 파란 불로 바뀌었어도 앞의 차가 움직이지 않고 있을 때, 만일 그 차가 값비싼 신형 최고급 승용차라면 사람들은 앞의 차가 값싸고 낡은 소형차일 때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기다렸다가 경적을 울린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의 관찰에 의하면, 소형차에 대하여 사람들은 전혀 인내심을 보여주지 않았다.

신호가 바뀌자마자 사람들은 앞의 소형차를 향하여 마구 경적을 울려대었고, 심지어 어떤 운전자들은 앞차의 뒷 범퍼를 그들의 차로 부딪쳐 가면서 빨리 움직이라고 겁을 주고 있었다.

그러나 값비싼 고급 차의 위세는 대단해서 고급 차의 뒤에서 기다리고 있던 차들의 운전자들 중 절반은 앞차가 움직일 때까지 전혀 경적을 만지지도 않고 있었다.

사람들은 평소에는 권위의 영향력을 실제의 크기보다는 훨씬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바로 그 점이 권위의 법칙을 더욱 효과적인 영향력의 도구로 만들고 있다. 다시 말해서, 권위의 법칙이 지닌 영향력은 그 힘 자체로서도 막강하지만 그 힘을 우리가 제대로 예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강력한 영향력을 우리에게 미치는 것이다.

3. 희귀성의 법칙

어떤 부부가 가전제품 대리점에서 냉장고 하나를 살피고 있었다. 그들이 어떤 한 가지 모델에 관심이 많다는 사실은 그들의 표정이나 대화를 통하여 판매원에게 즉각적으로 간파되었다.

그러자 판매원은 그들 부부에게 접근하여 “이 모델에 관심이 많으신가 보죠? 그런데 죄송해서 어쩌지요? 불과 20분 전에 그 모델을 다른 분에게 팔아 버렸거든요. 제 기억으로는 우리 대리점에는 그 모델 재고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부부의 얼굴에는 실망의 표정이 분명하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 모델의 재고가 없다는 사실을 알자마자, 그 모델의 가치가 갑자기 상승했기 때문이다. 부부 중 한 사람이 판매원에게 그 모델의 제품을 근처 다른 대리점에서 구할 수 없는가 물었다.

판매원은 “글쎄요, 한번 알아보지요. 그런데 만일 다른 대리점에 그 모델이 있다면 구입하시겠습니까?”라고 되물었다. 이런 경우 대부분의 손님들은 “물론이지요”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이들 부부도 마찬가지였다.

희귀성의 가치

이런 약점을 지닌 사람은 이들 부부만은 아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어떤 형태로든 희귀성의 법칙에 약한 모습을 보인다. 야구선수 사진에서부터 골동품까지 온갖 종류를 수집하는 수집가들은 그 품목의 가치를 결정짓는 것이 희귀성의 법칙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알고 있다.

어떤 품목이 희귀하거나 희귀해지고 있는 중이라면, 그 가치는 더욱 높아진다. 조지 워싱턴의 눈이 세 개로 그려진 잘못된 우표는 보기는 싫을지 몰라도 그것을 소유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엄청나게 많다.

희귀성의 법칙에 따라 우리가 부여하는 가치가 달라지는 것을 간파하여, 설득전문가들은 이 점을 적절하게 이용하고 있다. 그중 희귀성 법칙을 가장 직접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은 ‘이제 얼마 없습니다!’전략이다.

이러한 한정판매 정보가 때로는 사실일 수도 있고 때로는 완전한 거짓말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떠한 경우든 그러한 광고는 소비자에게 그 품목의 희소성에 대한 인식을 주입하여 그것의 가치를 상승시키려는 목적을 추구하고 있다.

상실에 대한 두려움

희귀성의 법칙이 갖고 있는 영향력은 크게 나누어서 두 가지 종류의 원천에서 생성되고 있다. 그 첫째 원천은 일반적으로 쉽게 얻어지지 않는 것이 상대적으로 그 가치가 높다는 인식을 우리가 잠재적으로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희귀성의 법칙이 갖고 있는 또 다른 특성은 어떤 대상에 대한 이용 가능성이 줄어들수록 그 대상에 대한 선택의 자유도 줄어들게 되며, 그렇게 되면 우리는 이미 누리고 있는 자유가 상실된다는 사실을 견디지 못해 그 특권을 되찾기 위해 행동한다는 것이다.

심리학자 브렘은 이를 ‘심리적 저항 이론’이라고 정리하여 발표하였다. 브렘의 이론에 따르면 어떤 대상에 대해서 선택의 자유가 제한되거나 위협 당하게 되면, 그 자유를 유지하기 위한 동기가 유발되어 우리는 그 자유를, 또한 그것과 관련된 대상을 포함하여 이전보다 더욱 더 강렬하게 원하게 된다고 한다.

그리하여 만일 어떤 대상이 점차 희귀해져서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게 되면 우리는 그 대상을 이전보다 더 강렬하게 소유하려는 심리적 저항을 한다는 것이다.

::: 성공률 100%의 심리 설득법 :::

● 설득 상대에게서 눈을 떼지 마라.
● 질문은 상대가 보내는 중요한 메시지로 그 대답에 따라 성패가 좌우된다.
● 상대를 기분 좋게 해주는 것이 교섭의 첫걸음이다.
● 말을 할 때 상대의 이름을 조금이라도 많이 부른다.
● 맞장구는 성의 있게 얘기를 듣고 있음을 표현한다.
● 만나는 시간보다 횟수를 늘린다. 안부 편지와 같이 다른 사람이 하지 않는 번거로운 일은 상대를 기분 좋게 한다.
● 귀 기울여 듣고 적당한 때에 상대가 납득하도록 얘기한다.
● 더 깊은 인간 관계를 맺는 데는 사적인 화제가 효과적이다.
● 상담이 중단되면 우선 자신의 잘못이 없는지부터 이유를 분석한다.

[역자 소개]

<설득의 심리학>의 역자 이현우씨는 한양대학교 광고홍보학과에서 설득 심리와 PR이론을 강의하고 있다. 한양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아이오와 주립대학교와 미시간 주립대학교에서 각각 매스 커뮤니케이션과 설득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했다. 역서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공익 캠페인>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