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의 원인과 유형들
고 병 인(한세대학교 상담학 교수)
Ⅰ. 들어가는 말
우리가 살고있는 사회에는 많은 사람이 중독 때문에 어려움을 당한다. 사이버 중독, 게임 중독, 주식 중독, 도박 중독, 알코올 중독, 마약 중독, 성 중독, 일 중독, 쇼핑 중독, 운동 중독, 배우자 중독, 종교 중독 등 많은 부분에서 중독 된 양상을 보여준다. 이러한 중독은 심리적 측면에서 볼 때 어떤 기분 전환성 약물을 지속적으로 복용하거나 어떤 행위를 참지 못하고 행하고자 하는 정서적 욕구라고 볼 수 있고, 신체적인 측면에서 볼 때는 건강이나 재정이나 법적인 면에 악영향이 나타남에도 불구하고 흥분 도달 혹은 금단 증상 탈피를 위해 지속적인 행위를 하는 강박적 욕구라고 볼 수 있다.1)
중독 되었다는 말의 사전적 정의는 매우 일반적인 것이다. 즉 “습관적으로 열중하다가 몰두하는 것”이다.2) 이 용어가 일반적으로 부정적인 행동에만 적용되긴 하지만, 이 정의는 ‘좋은’ 활동도 포함시킬 수가 있다. 중독은 어원은 라틴어의 addictus로 “동의하는 것, 양도하는 것”으로 고대에 잡혀서 감금되거나 노예가 된 사람을 묘사하는 데 사용되었다. 사전적 의미로 살펴보면 “자신의 인생을 다 내어 주는데 헌신되어 있음, 자신을 어떤 습관이나 물질에 주어 버림, 자신의 영혼을 잃어버림, 사로잡히거나 매임”이라는 의미이다. 이러한 의미는 현대의 중독자들을 “집착에 대한 노예”라고 해석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준다. 압도적이고 반복이며 과도한 욕구가 어떤 물질이나 대상, 느낌, 행동, 환경이나 개인적인 상호작용을 향하여 존재할 때, 그 사람은 중독 되었다고 여겨질 수 있다.3)
정신의학적으로 중독증은 주로 약물 중독을 의미하며, 동일한 효과를 얻기 위해서 지속적으로 그 약물 사용량을 늘려가야 하는 ‘내성’(tolerance)4)과 그 약물의 체내 농도가 어느 수준 이하로 줄어들면, 도저히 견딜 수 없는 불안, 초조, 식은 땀, 그리고 각종의 신체증상이 발생하는 ‘금단 증상’5)이라는 두 가지 ‘생리적 의존성’이 생기는 경우를 말한다. 내성과 금단 증상이라는 무서운 생물학적 ‘의존’(dependence)6) 증상들은 대뇌의 신경 세포들을 완벽한 포로로 사로잡아, 그 약물을 얻기 위해서라면 어떠한 범죄적 행위라도 서슴지 않고 저지를 수 있도록 사람의 인격을 철저히 파괴한다.7)
약물과 알코올 치료 신경정신과 전문의 김경빈은 다년간의 임상을 통하여 “중독이란 약물의 사용에 대한 강박적 집착, 일단 사용하기 시작하면 끝장을 보고야 마는 조절불능, 해로운 결과가 있으리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사용하는 강박적 사용 등의 상태를 의미한다. 이러한 개념으로 중독을 정의하게 되면 사람들은 술이나 약물 외에도 음식, 사랑, 도박, 사람, 일 등에도 중독이 될 수 있다”8)고 말한다.
중독의 가장 명백한 증상은 조절되지 않는 행동이다. 자신이 정말로 원하지 않는 것들을 하려는 충동에 쫓기는 느낌을 갖는다. 어떤 면에서는, 모든 중독적인 행위의 배후에는 ‘아드레날린 중독’이 있다. 중독자는 자신의 행동을 조절할 수 없기 때문에 대개 자신의 그러한 모습이 적발되지 않을까 계속적으로 두려워하며 살아간다. 중독자는 중독을 조절하지 못하는 한편, 그러면서도 무력한 모습에 다른 사람들을 통제하려는 시도로 반전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또한 중독자는 가족, 친구, 일, 가치보다 ‘중독적 매개체’(addictive agent)를 더 중요시한다. 그것이 양육의 원천이자 삶을 조직하는 원칙이 된다. 중독자는 그들의 병리적인 행위를 보존하기 위해서라면 그들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도 기꺼이 희생한다.9)
중독이란 단어는 사회적으로 매우 부정적 이미지를 함축한다. 마약 중독이나 알코올 중독에서부터 시작하여 한국 중년남성의 반 이상이 걸렸다는 일 중독, 안 겪어본 네티즌이 없다는 인터넷 중독, 일부 유한 계층의 벤처나 주식투자 광풍에서처럼, 이미 중독이란 단어는 복잡한 현대사회의 한 단면을 지칭하는 중심단어가 되어가고 있다.
연구자는 중독의 원인과 중독이 신체, 심리-사회, 가족체계 그리고 영성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 중독자와 동반의존 되어 있는 배우자와 자녀를 포함하는 가족들의 회복을 위한 제언으로 연구의 한계를 정하려고 한다.
Ⅱ. 중독의 원인
정신역동적 이론에 의하면 ‘물질남용’(abuse)10)이나 중독이라고 하는 것은 ‘자위행위’(masturbatory equivalent)와 유사하며, ‘동성애적 충동’(homosexual impulses)에 대한 방어이고 구강기적 ‘퇴행의 표현’(oral regression)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중독증상은 우울증과도 관련되어 있고 손상된 자아기능의 투영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아편계 중독 환자의 40퍼센트에서 일생중 한 번 이상 우울증을 경험하고, 물질남용 및 중독자들이 일반 인구에 비해 자살율이 20배나 높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 중독에 잘 빠지는 사람들은 보통 강하고 지속적인 아버지 상이 없고, 어머니에 대해 소유와 거절의 양가감정이 있으며, 방어기제 또는 적응기제 내지 내적 통제가 부족하며, 심리적 욕구의 즉각적인 만족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목표를 향하여 장기간의 끈질긴 노력을 하여 만족을 획득할 수 있는 자아 능력이 부족하고 쉽게 기쁨을 추구하고, 쉽게 목적달성을 하려고 하고, 고통을 참지 못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11) 중독자들은 욕구, 고통, 그리고 해결되지 않은 성적 충동과 좌절, 사회적 좌절감을 즉각적인 물질의 효과로써 해결하려 한다. 그러나 물질의 효과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라지고 난 후에는 다시 불안하거나 우울하여 외롭거나 습관적인 절망감에 사로잡혀서 적개심과 죄책감도 복합되어 나타날 수 있다. 이 같은 느낌을 피하기 위해 계속적으로, 그리고 반복적으로 더 많은 양의 물질을 사용하므로 더욱 심각한 중독에 빠져들게 된다.
다른 정신사회적 이론에 따르면 가족과 사회전반과의 관계 속에서의 부조화가 중독을 초래할 수 있다고 하여 가족과 사회적 역할의 중요성을 논하고 있다. 청소년의 경우 가족내의 불화, 특히 부모와의 불화에 의한 심리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수단으로 본드나 가스흡입을 하게 되는 경우들이 많다. 흡입에 의한 중독상태에서 표현하지 못하고 억압되어 있던 갈등이 폭력적, 공격적 또는 망상적 형태로 표출되어 가족 내 갈등을 더욱 심화시킨다. 사회적 문제로 볼 때는 중독을 초래할 수 있는 물질에 쉽게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호기심으로 처음 시작하게 된 것이 결국에 빠져 나올 수 없는 중독단계를 초래하기도 한다.
행동이론에 의하면 중독과정에 있어 ‘물질추구행동’(substance-seeking behavior)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 이론은 어떤 물질을 사용하게 되어 결과가 좋으면 다시 그 물질을 찾게 되는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즉 물질추구행동이 ‘양성강화’(positive reinforcement)되어 점차 심각한 중독을 초래하게 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중독, 특히 알코올 중독은 그 원인에 유전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쌍생아 연구, 양자연구 등을 통해 밝혀지고 있다. 최근에는 새로운 유전적 연구방법을 통해 다른 중독들 또한 유전적 근거가 있음이 밝혀지고 있다.
한 정신과 의사는 알코올 중독, 도박 중독 등은 악행이 아니라 ‘뇌의 병’이라고 언급하면서 중독은 뇌 질환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 말은 사실이다. 대부분의 독을 가져오는 물질들에 대해서는 그 물질이 작용하는 신경전달물질이나 신경전달물질 수용체가 뇌에 존재한다. 완전히 건강한 대뇌 수용체와 신경전달물질을 가진 사람이라도 어떤 특이한 물질에 장기간 노출되게 되면 정상적으로 뇌 수용체를 조절하여 뇌의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신체 밖으로부터의 외 인성 물질의 유입이 필요하게 되고 이 과정을 통해 물질에 대한 내성이 조장된다. 따라서 동일한 효과를 보기 위해서 더 많은 물질을 요구하게 되고 이 과정이 중독과정을 초래한다.12)
뇌 생리학적으로 중독은 ‘시상하부’(hypothalamus)13)와 ‘편도’(amygdala)14)핵 등이 속한 ‘변연계’(limbic system)15)의 이상, 특히 뇌에서 도파민, 베타엔돌핀, 앤케팔린 등 쾌락과 진통을 맡은 물질이 나오는 ‘쾌락시스템’(pleasure system)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본다. 미국 정신과 질환 진단목록에서 알코올 중독, 마약 중독, 니코틴 중독, 도벽, 도박장애, 섭식 장애(폭식, 거식) 등의 질환을 ‘충동 조절 장애’(disorders of impulse control)의 범주에 포함하고 있는 실정이다.16)
이외에도 중독의 노예가 되는 배후의 원인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손상된 성격: 중독의 특성들은 심한 불안, 정서적인 미숙, 권위를 수용하는데 있어서의 문제, 좌절을 잘 견딜 수 없는 것, 때로 거만한 뒤에 숨겨진 낮은 자존감, 고립감, 완전주의, 죄의식, 강박증 등을 포함하는 성격의 불안정이다.17) 이런 특성은 약물 남용을 하게 되는 원인이 아니라 결과라고 주장할 수 있다. 또한 손상된 성격은 알코올 중독자보다도 비주류성 약물 남용자들에서 보다 현저히 나타나는데, 지나친 음주나 약물복용을 시작하기 전에 나타나며 절제가 이루어진 후에도 오랫동안 감소된 형태로 지속된다.
둘째, 부모들의 약물남용: 성격, 유전, 체질 등으로 인해 보다 쉽게 약물 남용자들이 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이 세 가지 특성들 그 자체가 약물중독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성장해 온 가정 환경과 사회도 역시 중독의 가능성을 증가시키거나 감소시킬 수 있다. 부모들이 어떻게 하는가 하는 것이 후에 자녀들의 행동에 종종 영향을 미친다. 부모들이 지나치게 술을 마시거나 약물을 남용하게 될 때 자녀들은 절대로 이런 것을 자신은 금하겠다고 맹세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개 그들은 부모를 따라한다. 알코올 중독 된 부모를 가진 40-60 퍼센트의 자녀가 알코올 중독자가 된다고 한다. 또한 부모의 태도, 부모의 허용뿐만 부모의 거부도 화학 약물의 사용과 남용을 자극할 수 있다. 즉 중독이 세대를 따라 전수된다.18) 자녀들이 술을 마시든 마시지 않든 부모들이 개의치 않는 것은 약물이나 알코올의 위험과 종종 따르는 ‘오용’(misuse)19)에 관해서 전혀 관심이 없는 것이다. 만일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소홀하거나 지나치게 징벌을 한다면 자녀들도 반항한다. 그 다음에는 범죄, 지나친 약물 남용 또는 알코올 중독 등이 뒤따른다. 클라인벨(Howard J. Clinebell)에 의하면 알코올 중독자의 가정은 권위주의, 성공숭배, 공공연한 거부, 또 죄의식을 주입시키거나 적개심을 불러일으키는 도덕주의를 나타내내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20)
셋째, 문화적인 영향: 현대사회는 병든 사회, 병든 역기능 가족체계, 동반의존적 문화, 고도로 중독적인 문화, 중독 된 문화라고 말할 수 있다. 또한 현대 문화의 여러 신화(통념)들은 수치감을 만들어 냄으로써 충동성과 중독을 조장하고 있다. 성공신화를 통한 돈을 버는 것, 특권을 갖고 칭송을 받는 것을 강조, 완벽주의에 대한 신화도 있다. 상투적인 성공에 도달해야 하는 압력이 있을 뿐 아니라, 틀에 박힌 남성다움과 여성다움에 도달해야 하는 사회적 압력이 중독을 부추긴다. 사람을 기쁘게 하는 좋은 놈, 좋은 녀석, 멋진 친구, 착한 소녀에 대한 신화에 맞춰 살려고 애쓰는 문화가 중독에 강박관념을 시사한다.
우리 나라21)는 알코올과 도박에 있어서 관용을 베푸는 나라이다. 이러한 사회에서 현재 받는 스트레스와 갈등은 중독의 큰 원인이 된다. 일시적으로 압박을 피하고 평안이나 도취감을 즐기기 위해 처음에는 약물의 한정된 양으로 시작해서 이따금씩 복용한다. 청소년들의 경우, 친구들로부터 받는 압력, 그것이 알고 싶은 욕구, 개인적인 의를 추구, 약물을 사용하는 집단이나 영웅들과의 동일시, 약물과 알코올이 자신의 사나이다움을 증명해 줄 것이라는 믿음, 혹은 부모를 괴롭히는 한 방법으로 약물과 알코올을 사용하는 것 등이다. 스트레스와 긴장을 푸는 한 방법으로 술을 마시거나 약물을 복용했던 사람이 이제 중독자가 되는 것이다.22)
넷째, 가정불화: 역기능 가정(dysfunctional family)은 중독을 양산하는 주된 심층 요인이다. 원가족(family of origin: 성장배경이 되는 출생가정)의 역기능이 클 수록 중독 문제도 크게 되기 쉽다. 연구에 따르면 중독자는 주로 극단적으로 밀착된(enmeshment) 가정이나 이탈된(disengagement) 가정에서 생기는 것으로 밝혀졌다. 대부분의 성중독자들은 혼란하게 밀착된 가정에서 생겨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역기능 가정은 인간의 타락성, 역기능 사회, 역기능 교회로 인한 결과이기도 하다. 역기능 가정은 병리적인 결혼모델에서부터 출발한다. 역기능 가정은 빈약한 가족관계, 다세대 전수, 수치감에 묶인 가족체계, 경계선 침범, 자녀의 개별성 부인, 경직된 역할과 규칙, 비밀 결탁(연합), 완벽주의, 가족비밀, 불완전성, 비일관성과 비신뢰성, 동반의존성, 고통, 폐쇄적 체계, 더러운 싸움, 아동학대 등 숫한 특징을 가진 가정이다. 역기능 가정은 학대, 부부갈등, 이혼, 중독, 완벽주의, 율법주의, 종교주의, 빈곤 등에 의하여 수치감에 묶인 가족체계이다.23)역기능 가족체계에서 자란 사람들을 ‘성인아이’(adult child)라고 부른다. 특히 남편이 중독자인 경우에는 ‘동반의존’(codependency)된 아내가, 아이들이 성장했을 때 ‘중독자 가정의 성인아이’(ACA: adult children of addiction)가 된다. 이들은 낮은 자존감, 충동성, 강박증을 가지고 있다.
다섯째, 역기능 사회에 덧붙여, 역기능 교회 역시 중독을 부추기는 역할을 한다. 교회는 사랑과 수용, 용서를 충만히 경험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그러나 슬프게도 그렇지 못한 경우가 때때로 있다. 고린도 교회는 분명히 역기능적이었다. 많은 교회들이 과도한 죄책감과 수치감을 양산하고, 율법주의, 권위주의, 경직성, 비판주의, 오만불손함, 배타주의, 폐쇄주의, 방임주의, 자유주의를 허용하는 역기능적인 상태였다. 역기능적인 교회는 영적으로 학대적이며, 그러므로 종교중독과 통상적인 중독이 자라나기 쉬운 토양이라고 할 수 있다. 영적 학대는 현재 상당히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주제다. 모든 가정이 어느 정도는 다 역기능적인 거처럼, 모든 교회 역시 어느 정도는 다 역기능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역기능 교회에서는, 여성혐오증, 무관심, 경직성과 권위주의, 값싼 은혜, 성적 억압, 열광주의(광신주의)적 신앙, 율법주의적 신앙, 완벽주의적 신앙 등이 강조됨으로써 종교중독자와 일반중독자가 나타나기도 한다.24)
여섯째, 아동기와 성인기에 일어난 주요 외상들은 중독의 근본 원인이 될 수 있다. 외상이라는 말을 사용할 때 염두에 둘 것은, 그것이 한 개인의 우선권을 완전히 뒤바꾸도록 만드는 사건이라는 것이다. 그러한 스트레스성 외상은 아동학대, 사업의 실패, 이혼, 중년위기, 심각한 질병, 배우자나 가까운 사람의 죽음이 될 수도 있다. ‘외상 후 스트레스성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PTSD)라는 말은 전쟁이 끝난 지 몇 년 후에도 여전히 반응을 보이고 있던 베트남 참전 용사들을 묘사하는데 처음 사용되었다.25) 이러한 반응을 가족관계 붕괴, 실직, 심각한 중독 증상을 낳았다. 사실, 이들 베트남 참전자들은 베트남에서 대처 방식으로 중독을 사용했었다. 여기에는 마약뿐만 아니라 섹스도 포함되었다. PTSD에서 중독은 중심적인 대처기제가 되었다. 또한 PTSD는 다른 형태의 외상과 특히 심한 아동학대에도 발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일곱째, 도덕적․영적 가치관 부제: 약물 남용에 있어 가장 중요한 원인은 영적, 종교적, 실존적 공허가 존재하는 것이다. 안정된 가정으로부터 오는 기본적 가치체계가 없는 오늘날의 젊은이들은 사회의 다른 곳에서 동일시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모델들을 끊임없이 찾고 있다. 그런 모델들을 찾지 못할 때 그들은 스스로 좌절감과 목적 상실과 무의미함이 늘어가는 것과 싸우게 된다. 물질주의가 일종의 신이 되어감에 따라 동시에 하나님은 인간화되어간다. 하지만 그렇게 하나님이 인간화되면 공허감을 채우지 못하며 또한 젊은이들의 존재의 의미나 희망이나 가치 등을 불어넣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청년들은 다시 심리화학적인 경험을 기대하게 되며 신비스러운 일에 매력을 느끼게 되면서 기성세대에 반대하는 범죄 행위를 행할 모든 필수 조건들을 갖는다.26) 인간은 하나님과 실제적이고 발전적인 관계를 가지려는 내적 욕구를 가지고 있다. 이런 열망이 부인되고 인식되지 않으며 또 채워지지 않을 때 공허감을 채워줄 어떤 다른 것을 찾게 된다.
Ⅲ.중독이 미치는 영향
중독은 중독자를 꼼짝 못하게 하며 그 가정을 파괴하고 막대한 사회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몇 단락만으로 중독이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설명할 수 없겠지만 다음 네 개의 제목으로 요약할 수 있다.
1. 신체적 영향
화학적 물질이 언제든지 체내에 들어가면 생리적 반응이 일어난다. 이런 반응의 특성은 그 사람의 신체적 조건, 약물 종류와 분량 그리고 상용된 빈도에 달려있다. 예를 들어 알코올은 대부분 체세포에 영향을 미치는 독소(독약)이다. 급하게 술을 마시면 혈액 속의 알코올 량이 상승하고 일시적으로 뇌 기능이 손상되며 그리고 음주자의 균형과 운전 기술과 생각과 감정 반응들이 영향을 받는다. 만약 계속적으로 많은 양을 마시면 여러 가지 신체적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 이런 변화들은 정신 기능의 변화를 가져오는 뇌 세포의 파괴, 간과 췌장의 비기능, 수족의 마비, 또 여러 가지 위장병 등을 포함한다. 화학 물질의 남용이 결국 죽음을 초래할 수 있다. 그리고 임산부의 습관적인 음주는 ‘태아알코올 증후군’(Fetal Alcohol Syndrome)을 유발하게 된다. 이러한 아기들은 얼굴, 팔다리, 심장의 기형이 나타나며 정신지체가 수반된다.27) 매일 한 두 잔 정도라도 반복적으로 알코올이 섭취되면 출생 후 영아에게 주의집중력 결함이 나타날 수 있다. 임신 후 첫 3개월 이내에 알코올 영향이 가장 크게 나타난다.
2. 심리-사회적 영향
약물 남용, 특히 알코올 중독은 너무 보편화되어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다음과 같은 분명한 영향들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즉 사고의 둔화, 부적절한 행동과 감정적 반응, 자기 무시, 움츠림과 사회적 억제의 상실 등이다. 상태가 악화되어 가면서 다음과 같은 심리적인 방어들이 형성되기 시작한다. 몹시 눈에 띌 정도로 합리화(음주나 그 결과로 일어나는 행동에 대해 변명을 함), 억압(수치스럽고 고통스러운 기억을 무의식적으로 잊어버림), 또 투사(자신의 문제와 용납할 수 없는 생각이나 감정이나 반응 등에 대해 남을 비난하는 것) 등이다. 후에 삶은 약물을 충분히 얻는 것으로 이루어지며 그 외 모든 것들은 2차적으로 중요하게 된다.
이것은 중독자에게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또한 사회에도 영향을 미친다. 많은 범죄가 중독자나 알코올의 영향을 받은 사람들에 의해 일어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매주 음주 운전으로 이해 죽고 다치고 수없이 많은 재산이 없어진다. 그 외에 심각한 가정 문제, 고용인의 생산이나 능률의 상실, 그리고 화학 물질의 남용으로 인한 군대의 기민성이 줄어드는 일 등이 있다. 이 모든 것은 약물 남용의 최악의 상태를 말한 것이지만 그런 파괴의 가능성을 가진 화학 물질들이 공공연하게 묵인되며 자유롭게 사용되고 또 대중매체로 인해 열광적으로 광고된다.
3. 가족체계에 미치는 영향
대부분의 중독자들은 우범 지대에 사는 것이 아니라 가족과 더불어 가정에 살고 있다. 한 사람이 알코올이나 약물 그리고 다른 중독에 악화되어 감에 따라 가족들은 각자 그만큼 영향을 받는다. 중독자의 ‘질병’이 ‘가족의 질병’으로 발전한다. 종종 가족들은 현실적인 상황을 부인하려 하며 중독 된 사람을 보호하려 하면서 동시에 비난한다. 또한 가능한 한 중독에서 오는 긴장을 받지 않으려고 가족들을 단합시키려고 애쓴다. 가족들의 약물 사용을 금하거나 조절하고자 한다. 그 다음에는 그것을 이해하고 그 원인을 제거하고자 한다. 종종 가정에서 중독을 치료하고자 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는 그것을 숨기고자 한다.28)
중독자의 배우자와 자녀들은 내내 긴장과 두려움과 불안 속에 살면서 중독자의 책임을 대신한다. 종종 당황하기도 하는데 이 때문에 가족들은 각자 움츠러들게 되며 그 결과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을 경험한다. 가족들은 이와 같은 역할들은 계속 가정이 유지되어 나가도록 도움을 준다. 그러나 그 다음에는 자신이 중독이 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딜레마 속에서 가족들은 자신들이 그럭저럭 화목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이러한 경우 가족에 새로운 변화를 일으킬 동기를 발견하지 못하고 항상성에 안주하려 한다. 따라서 가족들은 승리를 불가능하게 하는 어떤 덫에 걸리게 된다. 만일 가족들이 중독자에 맞추어 생활한다면 이것은 그 사람의 문제를 지속시키고 고통은 계속될지 모른다. 만일 중독자에 맞추지 않는다 하더라도 가족들은 역시 상처를 받고 고통도 계속된다.
4. 영성에 영향
중독자 가정과 역기능적인 가정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은 또 다른 형태의 학대를 받게 되는데 바로 영적인 학대가 그것이다. 영적인 학대는 한 아동이 신체적으로, 성적으로, 감정적으로, 혹은 정신적으로 학대를 받을 때마다 발생한다. 그 이유는 그 아이가 부모로부터 받는 메시지는 부모가 그들의 ‘신’(Higher Power)이라는 잘못된 개념을 습득하게 된다. 인간은 그 자신의 형상으로 하나님을 창조한다고 말한다. 인간은 그의 부모, 특히 아버지의 형상으로 하나님을 창조한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마도 더 정확할 것 같다. 새라 하인스 마틴스(Sara Hines Martin)은 말한다. 한 사람이 그의 아버지에 의하여 상처를 입을 때, 하나님께 관계된 그의 능력이 손상을 입는다. 만약 아버지에 대한 일차적인 이미지가 상처를 주는 것이라면, 하나님을 건강한 방식으로 볼 수 있는 그의 능력이 손상된다. 만약 예수님이 표현하신 아바 아버지에 대한 그의 이미지가 술 취한 사람이라고 한다면, 그가 아무리 많이 성경을 읽기를 원하고 하나님을 따르기를 원한다고 할지라도, 그 아이는 기도와 성숙, 그리고 거룩함에 대하여 심각한 장애를 갖게 된다. 29)
한 사람이 약물에 의존하고 그것에 의해 조종당한다면 영적으로 성장하기가 어렵다. 많은 중독자들이 이런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변화할 힘이 없는 것 같다. 결과적으로 하나님으로부터 크게 분리된다. 약물을 숭배할 수상, 즉 매우 중요한 것이 된다. 이는 중독자에게 뿐만 아니라 그 가정에도 영적으로 해로운 영향을 줄 수 있다.
Ⅳ.중독의 유형
중독의 심리과정은 기분을 바꾸어 주는 물질을 취하는 것 자체를 훨씬 넘어선다. 이러한 이유를 전제로 중독을 두 가지 중요한 범주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물질 중독'이요 다른 하나는 ‘과정 중독’이다. 물질이란 약물, 술, 니코틴, 카페인, 특정한 음식과 같은 외부 물질에 중독 되는 것을 말한다. 과정은 사람을 홀리게 만들거나 사람이 의존하게되는 일련의 활동이나 상호작용을 의미한다. 일 중독이나 성 중독, 종교 중독과 같은 대부분의 ‘숨겨진 중독’은 과정의 범주로 구분된다. 또한 카페인이나 니코틴 그리고 특정한 음식과 같은 경한 화학물질 중독도 때로는 ‘숨겨진’ 것으로 분류될 수 있는데, 왜냐하면 그것들은 사회가 비난하지 않기 때문이다.30) 물질 중독과 과정 중독(숨겨진 중독)의 유형은 다음과 같다.
1. 물질중독의 유형
․알코올 - 일반 술, 포도주, 맥주
의학적 신체적 증상장애: 억압 경감, 근육 협응, 말이 흐려짐, 몸의 균형 상실, 비틀 걸음
복용의 증거: 숙취, 술 냄새, 취기, 엉뚱한 행동
위험: 사고, 판단 장애. 의학적 손상(특히 간), 금단 시 졸중풍
․대마초 - 그래스(grass), 위드(weed), 허쉬(hash), 조인트(joint), 포트(pot)
의학적 신체적 중상 장애: 도취감(웃음), 배고픔, 입이 마름, 눈 충혈, 집중력 감소, 근육 협응 장애
복용의 증거: 담배 종이, 파이프, 향이나 대마 타는 냄새, 마른 식물
위험: 중독, 공포 반응이나 편집증 반응, 동기 저하, 생식계 영향, 우울
․코카인 - 크랙(crack), 스노우(snow), 코크(coke), 베이스(base)
의학적 신체적 증상 장애: 심장박동 증가, 혈압 상승, 기분 급상승(우울 수반), 안절부절 못함
복용의 증거: 흰 파우더, 유리 파이프, 면도날, 주사기
위험: 심장마비, 발작, 졸중풍, 편집증(금단 시)
․환각제 - 애시드(acid), LSD, PCP, 엑스타시, 페이오티
의학적 신체적 증상 장애: 혼동, 방향 감각 상실, 환각(백일몽), 공포, 극한 흥분, 매스꺼움
복용의 증거: 캡슐, 알약, 위에 PCP를 뿌린 대마초, 압지대
위험: 자신이나 타인에 대한 폭력 상해, 정서 불안, 환각 재현
․마취제 - 도프(dope), 헤로인 호스(horse), 정크(junk), 모르핀, 딜로딧(Dilaudid), 디머롤(Demerol), 코데 인(codeine),
의학적 신체적 증상 장애: 졸음, 도취감, 무기력, 금단 시(구토, 콧물, 소름끼치는 눈)
복용의 증거: 주사기, 숟가락, 바늘 자국, 지혈대, 불법 약병, 약물 구입자금 마련을 위한 범죄 행위
위험: 중독, 과용으로 인한 죽음, 바늘 오염으로 인한 간염 또는 AIDS
․암페타민 - 크랭크(crank), 스피드(speed), 크리스탈(crystal), 어퍼(upper)
의학적 신체적 증상 장애: 사고가 빨라짐, 극도로 예민해짐, 말이 많아짐, 식욕 상실, 혈압 상승, 심장박 동 증가
복용의 증거: 알약, 캡슬, 잠이 없어짐, 식욕 장애, 흥분과 과잉 행동, 짜증,
위험: 중독, 과도한 활동과 그로 인한 피로, 장기 복용 후의 우울증, 편집증, 혼동
․흡입제 - 접착제(본드), 용해제, 에어로졸(페인트), 휘발유, 글씨 수정액, 아 질산염
의학적 신체적 증상 장애: 현기증, 두통, 메스꺼움, 근육 협응 저하, 도취감, 혼동
복용의 증거: 집중력의 상실, 근육 통제 저하, 용해제나 스프레이 냄새
위험: 질식, 뇌 손상, 메스꺼움, 구토, 의식 상실
․진정제 - 바르비투르산염, 신경안정제, 수면제, 우너(downer), 루드(lode), 세코날(Seconal), 벨륨 Valium)
의학적 신체적 증상 장애: 진정 작용, 심장 박동 저하, 졸음, 호흡 장애, 근육 협응 상실
복용의 증거: 심한 졸음, 알약, 처방약, 말이 흐려짐, 혼동, 다음 복용 시기까지의 불안
위험: 중독, 과용으로 인한 죽음(특히 술과 병용할 경우), 금단 시 졸도 또는 죽음31)
2. 과정 중독/숨겨진 중독의 유형
숨겨진 중독의 형태를 아치볼드 하트(Archibald D. Hart)는 다음과 같이 열거한다. 논쟁하기, 수집하기, 경쟁. 먹기, 정서(우울증과 같은), 낚시, 도박, 남의 소문 이야기하기, 곤궁에 처한 사람 돕기, 조깅, 거짓말하기, 강박적인 사고, 사람의존, 완전주의, 외설적인 책, 독서, 분노, 종교활동, 원망, 모험하기(무모한 행동), 자기징벌(메조키즘), 섹스(환상, 자위), 쇼핑, 고독, 불끈 화내기, 생각하기(특정한 형태), 스릴 찾기, TV, 일(일 중독) 등이다.32)
숨겨진 중독의 성격유형을 살펴보면 자기본위, 스릴 찾기, 자기 결함, 사회적 고립, 자기 징벌의 특징을 갖고 있다. 대표적인 숨겨진 중독의 유형으로는 생활양식 중독, 종교 중독, 성과 사랑에 대한 중독, 조급증(아드레날린 중독), 음식중독, 도박 중독, 사이버 중독, 기타 중독, 도우려는 중독(동반의존증), 도우려는 중독 성인아이 등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1) 생활양식 중독: 쇼핑 중독(돈 중독), 혼란과 무질서적인 삶, 미루는 버릇, 일 중독, 권태와 회피
2) 종교중독: 열광적이고 광신적인 신앙, 지나친 봉사. 지나친 금식과 철야, 지나친 감사헌금 등의 종교활동에 중독 된 사람들은 숨겨진 중독에 더 걸리기 쉽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의 중독은 너무 쉽게 숨겨지기 때문이다. 그러한 양상이 영적인 차원으로 발전하면, 그러한 활동에 걸린 중독은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어떤 면에서는 중독 된 영적 활동과 건강한 영적 활동을 구별하기가 매우 어려울 때가 있기도 하다.33)
3) 성과 사랑에 대한 중독: 음욕이 주로 남자에게 있는 문제라고 한다면 사랑과 로맨스(관계)에 대한 중독은 흔히 여자들에게 있는 문제이다. 음욕에는 포르노물을 포함하는 성도착증,34) 성중독<중독수준 1: 강박성 자위, 성적 외도, 누드 사진, 포르노, 스트립 쇼 , 강박성 매춘, 동성애. 중독 수준 2: 노출증(exhibitionism), 관음증(voyeurism), 음란전화, 기타 버스나 지하철 등 붐비는 상황에서 성추행. 중독 수준 3: 강박성 강간(compulsive rape), 근친 상담(incest), 아동 성희롱(child molestation)> 등이 있다.35)
4) 조급증 중독(아드레날린 중독): 무엇인가를 하고자하는 강한 강박충동, 아직 마치지 않은 일에 대한 강박관념, 애매한 죄책감, 경한 혹은 중간 정도의 우울증, 안절부절못함, 어쩔 줄 모름, 이리저리 걷기, 다리 차올리기, 손가락 두드리기, 빠르게 껌 씹기 등, 초조감, 짜증남 등이다.36)
5) 음식 중독: 거식증(anorexia)과 폭식증(bulimia)을 포함하여 음식 중독의 문제를 가지고 있는 환자들 모두에게 보이는 중추적인 문제들은 완벽주의, 낮은 자존감, 성적 정체성의 혼란, 우울증, 기만, 힘 싸움, 동반의존성, 신체적 문제 등이다.37) 이 외에도 커피나 차, 코코아, 초콜릿 등의 음료나 음식에서 발견되는 화학성분인 카페인 중독, 정제된 설탕이든 또는 다른 음식을 통해 간접적으로 섭취되는 당분중독, 방부제, 질산염이나 착색제 등으로 구성된 식품 첨가제에 대한 중독 등이 있다.38)
6) 도박 중독: ‘충동 조절 장애’(Impulse-Control Disorders Not Elsewhere Classi- fied)로서 병적 도박은 충동의 행동을 하고 싶은 욕망의 정신적 인식이나 행위 자체를 가리킨다.39)
7) 사이버 중독: 사이버 상의 세계와 현실 세계를 혼동함으로 생기는 일종의 정신과적 질환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많은 전문가들은 알코올 중독과 마찬가지로 아주 심각한 후유증과 함께 증상을 나타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알코올 중독, 마약 중독, 니코틴 중독과 같은 의존적 질환이나 도박 중독 같은 ‘충동 조절 장애’로 본다.
8) 기타 중독: 운동 중독과 스포츠 중독(조깅, 에어로빅, 보디빌딩, 사이클링, 수영), 스릴추구 중독(행글라이딩, 스카이다이빙, 번지점프, 고속활동 산악등반, 열기구 타기, 레프팅, 동굴탐험, 액션 영화), 권력 중독(분노, 독단주의, 이기려는 욕구, 율법주의, 편견과 선입견), 분노 중독(분노 조절 능력의 결여,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여성 혐오증) 등이 있다.
9) 도우려는 중독 동반의존증
‘동반의존’(codependency)과 ‘동반중독’(coaddition) 이라는 용어는 알코올 중독자 치료에서 처음 사용되었다. 알코올 중독자와 그 가족들을 대상으로 일하던 중독 전문가들은 각 가족 구성원들이 중독을 지속시키고 부추기는 독특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발견하기 시작했다. 자칭 ‘전능자’(enabler, 가능케 하는자), ‘구출자’(rescuer), ‘돌보는 자’(caretaker)로도 일컬어지는 ‘동반의존자’(동반중독자: coaddict)에게 고통과 역기능 패턴이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두려움, 분노, 고통, 수치감, 죄책감에 휩싸여 있었다. 중독자는 알코올에 의존해 있었고 가족들은 알코올 중독자 자체에 동반의존해 있었다. 그들은 중독자에게 필요한 존재가 될 필요를 갖고 있었던 것이다. 비록 중독자가 회복되어 더 이상 중독 물질을 남용하지 않더라도 가족 구성원들의 증상은 계속된다는 것이 밝혀졌다.40)
동반의존(동반중독)은 문자 그대로 “ ~와 더불어 의존한다”(dependent with)는 뜻으로 중독자에게 필요한 존재가 될 필요를 말한다. ‘알코올 중독자 가족친목 모임’(Al-Anon)과 ‘알코올 중독자 가정의 십대들의 모임’(Alateen)은 이러한 동반의존자(동반중독자)인 배우자와 자녀들을 돕기 위해 발전된 것이다. 이와 동시에 ‘알코올 중독자 가정의 성인아이’(ACOA: Adult Children of Alcoholics)가 세 가지 무언의 가족 규칙인 “말하지 말라, 느끼지 말라, 믿지 말라”로 규정되는 환경에서 발생한다는 것이 밝혀졌다.41) 그리고 나서 얼마 있지 않아 이 패턴은 알코올 중독자 가정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님이 발견되었다. 다른 중독들과 일반적인 역기능 가정에도 해당되었던 것이다.
한 마디로 말하면, 동반의존은 잃어버린 정체감이라고 말할 수 있다. 동반의존자 또는 동반중독자는 상대방으로부터 경멸(비존중)과 통제, 조종을 받는 동시에, 반대로 자기 역시 상대방을 경멸(비존중)하고, 통제하고 조종하려고 애쓰는 사람이다.42) 동반의존자는 대체로 중독자 회복의 열쇠가 되며, 주로 가족 중에 있다. 동반의존자가 그 사실을 깨닫고 중독자를 구출하는 것을 중단하게 되면, 중독자가 회복의 필요성을 직면하는 것이 촉진된다. 많은 동반의존자들이 그들이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행동을 통해 중독자가 계속 중독에 머물러 있는 것을 가능하게 하거나 지탱하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중독에 대해 수치감을 느끼는 아내는 자기 가정이 올바르고 정상적으로 보이게 하려고 애쓰는 행동을 하면서, 계속적으로 중독자 남편을 위해 변명을 해 준다. 중독 문제를 갖고 있는 성인아이에게 계속적으로 ‘도움’과 ‘사랑’을 주는 어머니가 되는 것이다. 그들이 하는 모든 행동을 중독자가 중독에 머물러 있게 하는 것을 ‘가능케’(enabling)하여, 중독자의 회복을 가로막는 것이다. 그들이 해결사, 구출자, 돌보는 자의 역할을 중단할 때, 중독자는 ‘바닥을 치는 경험’(bottoming out)을 하게 되며 비로소 도움을 요청하게 되는 희망이 조금이나마 생기게 된다.
동반의존은 다음과 같은 특징과 핵심신념을 가지고 있다.43)
첫째, 동반의존은 종종 중독자와 매우 유사하게 된다, 동반의존은 중독에 대한 반작용으로 자기를 상실하게 되는 강박적인 ‘질환’이다. 동반의존자는 중독자의 이중적인 삶을 한 부분이다. 회복 초기 단계에 있는 동반의존자들든 자신이 중독자와 공통점이 많다는 사실을 완강하게 부인하는 경우가 많지만, 충분히 회복되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한다. 많은 경우에, 동반의존자는 중독자와 사랑에 빠져 그와 결혼한다. 상대 파트너의 고통과 일체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동반의존자에게 가장 어려운 단계 중 하나는 자신이 중독자와 자기 자신에 대해 ‘무력하며 조절할 수 있는 힘’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들은 수치감과 낮은 자존감, 상처와 분노, 부인, 강박적 몰입, 조종-통제-경멸(비존중), 결탁, 과잉책임, 정체감 혼동, 비난 등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둘째, 중독자와 마찬가지로, 동반의존자들은 네 가지 핵심신념을 가지고 있다. 나는 근본적으로 나쁘며 무가치한 사람이다. 왜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 아무도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지 않을 것이다. -만일 내가 다른 사람들을 의지하면 내 필요는 절대로 채워지지 않을 것이다. (중독에 빠진) 중독자를 구출하고 돕는 것은 가장 중요한 사랑의 신호다.
9) 도우려는 중독자 성인아이
중독자가 있는 역기능 가정에서 성장하는 자녀들은 성인기를 포함해서 발달단계가 전반에 걸쳐 중독의 영향을 받는다. 그들은 정서적․신체적․행동적․지적인 영향을 받는다. 이런 아이들에게는 두려움과 분노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여성들은 우울증에 빠지기 쉬우며, 남성들은 비행으로 이어지기 쉽다.44)
이러한 아이들의 생각에 떠오르는 전형적인 질문은 다음과 같다. “만일 내 아버지가 알코올 중독자라면, 나는 어떻게 될까?” 또는 “아빠가 성중독자라면, 나는 어떻게 될까?” 많은 아이들은 이렇게 맹세를 하게 된다. “나는 절대로 그렇게 되지 않을 거야!” 이러한 아이들이 성장했을 때 ‘중독자 가정의 성인아이’(ACA: Adult Children of Addiction)라고 부른다.45) 중독자 가정의 성인아이는 마치 폭발하기를 기다리는 시한폭탄처럼 그들 속에 과거를 짊어지고 있다. 중독의 피해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능한 일찍 집을 떠났음에도 불구하고, 그들 중 30퍼센트 정도는 비슷한 중독을 가진 사람들과 결혼하고 50퍼센트 정도는 스스로 중독에 빠진다.
가족들은 가정을 지키고 또 가정이 스트레스에 굴복 당하지 않게 하기 위한 진지하고 때로는 무의식적이기도 한 노력인 ‘생존역할'(survival roles)에 빠지기도 한다. 중독자의 자녀들 중 ‘가족 영웅’(hero)은 가족들을 위해 보다 일이 나아지도록 하며 가족 구성원들에게 자기 ‘가치’(selfworth)를 넣어 주고자 노력한다. ‘속죄양’(scape goat)은 가족들에게 혼란을 야기 시키는 방식으로 말썽을 일키거나 움츠러든다. 이와 대조적으로 ‘마스코트’(mascot)인 자녀들은 고통스런 상황에서 애완동물처럼 유머를 주려고 노력한다. 한편 ‘버려진 아이’(lost child)는 자신의 감정을 덮어버리고 가족들이 걱정할 필요가 없는 그런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46) 이 모든 것들은 중독자의 가정에 스며들고 그런 가정의 성격을 나타내는 고통과 비애를 반영한다.
이들은 정신적으로는 정신혼란, 이분법적 사고를 한다. 정서적으로는 두려움, 죄책감, 수치감, 우울감, 분노, 감정의 마비 증세를 나타낸다. 신체적으로는 스트레스성 질환, 중독, 성부전을 나타낸다. 관계적으로는 불신, 위기 지향적 관계, 동반의존, 친밀감 결핍, 건강한 관계형성 능력 결핍의 증세를 보이고, 영적으로는 하나님을 신뢰하는 데 있어서 어려움, 하나님에 대한 왜곡된 개념 등으로, 하나님의 형상을 중독자였던 자기 아버지의 표상을 따라 형상화한다47). 생각하는 하나님(교육화 된, 신앙화 된 하나님)과 마음으로 느끼는 하나님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
또한 이들은 수치감, 낮은 자존감, 정체감 혼란, 극단적인 행동, 비존중적인 행동, 신체적 애정 표현의 결핍, 혼돈, 두려움, 친밀한 관계 확립의 어려움, 유기감(버림받는 느낌)을 피하기 위해 조종과 통제 사용, 정서적 친밀감 결핍 등의 정서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Ⅴ. 나오는 말
알코올이나 약물 중독은 ‘만성질병’이며 ‘가족의 병’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 말은 숨겨진 중독에도 적용되는 말이다. 이들 중독자들을 상담하고 치료하기에는 목회자들과 교회사역자들의 전문성 훈련은 매우 빈약하다. 외래치료나 입원 프로그램은 신경정신과 전문의들의 영역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우리 나라의 경우 목회자나 평신도 모두가 신경정신과에 대한 몰이해로 인하여 보호자나 환자들이 신경정신과에 입원하는 것을 방해하는 사례가 허다하다. 자신이 스스로 중독임을 인정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은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자신의 문제를 인정하지 않고 회피하거나 주변환경의 탓으로 돌리는 사람의 경우는 중독에서 벗어나는 데 어려움이 있다. A.A.의 12단계의 실행이 널리 성공하고 매력이 있는 것은 중독자와 그들의 가족들로 하여금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게끔 도와주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12단계가 성공하는 큰 요인은 ‘지원 그룹’(support group), ‘자조그룹’(self-help group)의 지원을 통한 회복이다. 즉 그것은 구성원들이 서로 서로에게 그리고 하나님께 책임지게 하는 체계를 제공한다.
많은 크리스천들이 미국의 윌로우크릭 교회와 새들백 교회에 방문하여 교회 성장을 보고 온다. 그러나 두 교회에는 교회 성장을 위한 프로그램보다는 다양한 회복사역이 마련되어 있음에 놀란다. ‘회복사역’(recovery ministry)은 지원그룹을 통한 치유사역이다. 회복사역은 미국의 알코올 중독자 지원그룹인 A.A.(Alcoholic Anonymous: 알코올 중독자 회복모임)의 12단계를 기초로 하는 영적 회복을 위한 지원그룹 모임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이 모임이 발전하여 다른 유형의 중독자와 중독자의 가족들의 지원그룹에도 12단계를 사용하고 있다. 윌로우크릭 교회의 회복사역을 위한 지원그룹은 다음과 같이 분류된다. 알코올 중독자․마약중독자, 정서장애자, 과식자, 성 중독자, 채무자, 근친상간 희생자, 일 중독자, 폭력 중독자 회복모임 등의 지원그룹이 있다. 이들 중독자의 가족을 위한 회복사역은 동반의존자, 알코올 중독자 가족, 알코올 중독자 가족의 성인아이, 알코올 중독자 가정의 십대, 성 중독자 가족 회복모임 등의 지원그룹이 있다.
새들백 교회의 회복사역을 위한 지원그룹은 좀더 다양하다. 분노, 약물 의존, 섭식장애, 재정회복, 죄와 수치심, 섹스 중독, 섹스․신체․정서학대, 약물 중독 가정의 성인아이, 관계중독, 알츠하이머, 복역수 가족, 우울증, 임신중절, 불임, 별거남성/여성, 사별모/부, 자녀사별, 새 부모의 재결합, 이혼, 재혼 등의 지원그룹들이 존재한다. 새들백 교회의 경우 이러한 회복사역의 프로그램들을 교회의 입구에 마련되어 있는 안내 데스크를 통해 새 신자들을 위해서 홍보하고 있는 모습과 주보의 중앙에 회복사역의 지원그룹이 교회에 존재하고 있음을 광고하고 있다. 회복사역의 시작과 함께 새들백 교회의 성도 60퍼센트가 이 그룹에 참여했고, 이듬해 타 교회의 성도들이 80퍼센트를 차지하더니 6년이 지난 현재는 지원그룹의 참여자 85퍼센트가 새 신자들이다. 이들이 그룹 활동을 마친 후 자연스럽게 교회에 등록하는 것을 보면서 전도효과가 크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많은 수의 동반의존자들 중 배우자의 회복을 위해서 교회에 열심히 출석하는 분들이 많다. 우리 주변에는 이러한 중독자와 더불어 동반의존으로 고통 당하는 이들이 중독자를 포함하여 2,000여만 명 이상이 된다. 그 동안 교회는48) 이들에게 어떠한 대안도 가지고 있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교회가 중독이 질병이며 배우자와 자녀들이 중독자에게 오랜 기간 노출되어 살아오면서 동반의존이라는 ‘가족 병’을 앓고 있는 심각한 환자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중독자의 경우에는 환자이기 때문에 교회가 피하고, 동반의존자인 경우 그들이 ‘가족 병’을 알고있는 환자인 줄 모르기 때문에 교회가 민감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중독자와 그들의 가족들이 내면의 상처로 인해 힘들어하고 있다. 위로와 치유를 맛보게 하는 회복사역은 병든 세상을 고치는 교회의 사명에 걸맞게 확대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회복사역은 “고통 중에 있는 사람들을 위로하라(고후 1:4)"는 성경 말씀처럼, 고통과 아픔을 극복한 사람들이 같은 어려움에 처해 있는 다른 사람들의 회복을 돕는 소그룹 사역이다. 소그룹은 예수님의 제자훈련, 초대교회, 역사상 대부흥을 주도한 웨슬리 등이 강조해온 방법이다. 성경 공부 그룹이나 구역 모임과 달리 회복사역은 철저히 지원 성격을 띠는 소그룹 중심이며, A.A.에 기초한 회복의 12단계 원리를 따르고 있다.
회복의 12단계를 통하여, 문제에 직면한 사람은 우선 자신의 무력함을 인정하고, 모든 능력의 근원이신 하나님께서 자신을 온전한 모습으로 회복시킬 수 있다고 믿어야 한다. 이후 문제를 없애기 보다 문제에 묶이지 않는 무조건적 항복, 자기 방어를 포기하고, 비난 게임 멈추기, 자신의 결함을 하나님과 다른 사람에게 고백하기, 자신의 결함을 제거해 달라고 하나님께 구하기, 자신이 해를 끼친 사람들의 명단을 만들어 용서를 구하고 이들에게 해가 없는 범위 내에서 보상하기, 위의 단계를 반복하여 묵상과 기도로 영적 관계를 확고히 하기, 마지막으로 자신의 회복을 타인들과 나눠 증거 하는 단계를 거쳐야한다.
연구자는 지금까지 교회로부터 외면되어 왔던 중독자의 배우자와 자녀들을 위해 교회가 과감히 회복사역을 도입하기를 제언한다. 아스피린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아스피린을, 소화제가 필요한 사람에게는 소화제를 주는 영적 종합병원으로서의 교회의 기능이 회복되기를 바라며, 영적 종합병원의 원장으로서 목회자와 사역자들은 회복을 필요로 하는 분들의 고통에 마음의 귀를 기울이는 의사가 되어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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