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불안장애(Generalized Anxiety Disorder)
▣ 범불안장애 환자의 사례
29세의 박기주 씨는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취직시험 때문에 걱정이 많습니다. 전부터 이런 저런 문제들에 대한 걱정이 많은 편이었는데 요즘 들어 부쩍 심해진 것 같아서 더 걱정이 됩니다. 요즘 들어 주로 걱정하는 것은 “이제 서른 살인데 아직까지 변변한 직장도 못 구했으니 결혼은 어떻게 할까?”, “혹시 여름에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시골에서 농사짓는 부모님께 피해가 되면 어떡하지?”, “취직시험을 보러가다가 차가 너무 막혀서 늦으면 어떡하지?” 등입니다. 친구들은 이런 말을 들으면, 별 것도 아닌데 걱정한다고 구박도 하고 그럴 리가 없다며 안심시켜주기도 하지만, 그에게는 그런 소리들이 잘 들리지 않습니다. 생각해 보니 박 씨는 어렸을 때부터 걱정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학교 갔다 온 사이에 우리 집에 도둑이 들면 어떡하지?”라는 걱정 때문에 학교에 가지 않은 날도 있었고, “학교 가다가 깡패 만나면 어떡하지?”하는 걱정 때문에 못 간 날도 있었습니다. 부모님은 너무 소심하고 남자답지 못하다고 야단하시지만, 박 씨는 자신이 걱정하는 일이 꼭 일어날 것만 같고, 그 일이 일어나면 너무 끔찍한 결과가 벌어질 것 같아서 두렵습니다. 현재 박 씨는 앞으로 두 달이나 남은 취직시험 날에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해서 시험장에 갈 것인지도 미리 다 계획해 두었고, 사실 두 번이나 답사도 마쳤습니다. 이쯤 되면 그의 걱정도 참 지독하지요?
▣ 범불안장애(汎不安障碍, Generalized Anxiety Disorder, GAD)
- 다양한 상황에서 만성적인 불안과 지나친 걱정을 나타내는 심리장애
- 부동불안(浮動不安, free-floating anxiety)
(1) 핵심증상
- 생활 속의 여러 가지 일들에 대해서 일반적인 수준이상의 지나친 불안을 느끼며 과도하게 걱정함 : ‘지나친 걱정(excessive worry)’이 핵심증상
- 걱정의 내용/주제 : 건강, 경제, 학업, 직장, 대인관계, 미래의 불확실성 등
- 이들의 지나친 걱정은 쉽게 조절되지 않으며, 만성적으로 지속되는 경향이 있고, 걱정 때문에 생활 속의 중요한 일들에 상당한 지장을 입는 경우가 많음
- 늘 불안하고 초조하며 주의집중이 되지 않고, 쉽게 짜증이 나고, 근육이 긴장되고 피곤해지며, 수면이 곤란해지는 증상이 동반되기도 함. 만성피로, 두통, 수면장애, 소화불량, 과민성 대장증상 등의 신체증상을 나타내기도 함
- 불필요한 걱정에 집착하기 때문에, 우유부단하고 꾸물거리는 지연행동을 나타내어 현실적인 일을 잘 처리하지 못함
- 비관주의, 완벽주의, 불확실성에 대한 인내력 부족(intolerance of uncertainty), 문제해결에 대한 자신감 부족과 같은 성격적 특성을 지님
(2) 범불안장애의 진단기준(DSM-IV, 1994)
A. 다양한 사건이나 활동에 대한 과도한 불안과 걱정이 적어도 6개월 이상 지속된다
B. 걱정을 통제하기가 어렵다
C. 다음의 6개 증상 중 3개 이상이 나타난다(아동에게는 1개 이상이면 됨)
1) 안절부절못함 또는 긴장되거나 가장자리에 선 듯한 아슬아슬한 느낌
2) 쉽게 피로해짐
3) 주의집중의 곤란이나 정신이 멍해지는 느낌
4) 화를 잘 냄
5) 근육의 긴장
6) 수면장애(잠에 들거나 지속하기가 어려움)
D. 불안과 걱정의 초점이 축 1에 속하는 다른 장애에서 나타나는 불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예: 공황장애의 경우 공황발작에 대한 불안, 사회공포증의 경우 대중 앞에서 당황하는 것에 대한 불안, 강박증의 경우 오염에 대한 불안, 신경성 식욕부진증의 경우 체중 증가에 대한 불안 등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님)
E. 불안, 걱정 또는 신체적 증상이 심각한 고통을 유발하거나 사회적, 직업적, 또는 다른 중요한 영역의 활동에 현저한 장해를 초래한다
F. 범불안장애는 물질이나 일반적인 의학적 상태의 직접적인 생리적 효과에 기인한 것이 아니며, 기분장애, 정신증적 장애, 또는 전반적 발달장애의 기간 중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3) 유병률, 성차, 경과
- 불안과 걱정은 매우 흔한 심리적 문제라서 많은 사람들이 범불안장애를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됨. 그러나, 정상적 걱정과 병리적 걱정의 경계가 명확치 않아 유병률에 대한 정확한 평가는 쉽지 않음
- 평생유병률 5%, 1년유병률 3% 정도
- 범불안장애로 치료기관을 찾는 비율은 다른 불안장애에 비해 현저히 낮음 : 증상이 모호하고 그 고통의 정도가 미약하기 때문으로 추정됨
- 남성 < 여성
- 10대 중반에서 20대 초반에 발생하는 경향, 증상이 평생 지속되는 경우 많음
- 대체로 만성적인 경과, 스트레스가 많은 시기에 증상이 악화되는 경향
◈ 정상적 걱정 vs 병리적 걱정
- 구분 : 걱정하게 되는 상황, 걱정의 강도와 빈도, 걱정의 지속기간, 걱정의 통제가능성, 걱정의 결과, 신체적 증상의 과도한 수반 등의 차원에서 구분 가능
- 정상적인 걱정 : 모든 사람들의 보편적인 인지현상. 의식 속에 침투해 들어오거나, 생활상의 촉발자극에 의해 시작되어 어느 정도 지속되다가 종결됨. 신체적 증상을 수반하는 경우가 드물며, 문제해결을 돕는 특징을 가지고 있음.
- 병리적인 걱정 : 걱정을 통제할 수 없다고 느끼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정서적인 어려움을 겪으며, 적응적인 기능을 심각하게 저하시킴. 걱정이 많은 사람(worrier)들은 일단 걱정이 시작되면, 의식에 침투해 들어오는 생각들을 통제할 수 없다고 느끼며, 부정적인 침투적 사고를 더 많이 경험하고, 주의집중을 잘 하지 못하여 심각한 정서적 불편감을 경험하게 됨. 범불안장애와 관련된 병리적 걱정들은 더 광범위하고, 현저하고, 고통스러우며, 기간이 길고, 선행사건이 없어도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특징을 지님.
- 연상의 망, 통제불가능성, 걱정의 유용성에 대한 신념
▣ 걱정(worry)
- 근심, 염려, (집착)
- 주제 : 건강, 가족, 재정, 대인관계, 일 등
- 대부분 과거에 발생한 사건보다는 미래에 일어날 사건에 대해 걱정하는 경향
- 걱정은, 범불안장애 뿐만 아니라, 강박장애, 공황장애, 사회공포증 등의 불안장애, 심지어는 우울증과 같은 기분장애에서도 나타나는 인지적 현상
1. 방해된 문제해결과정(thwarted problem-solving)인 걱정: Davey의 정의
- 걱정을 적극적인 문제해결과정, 대처과정으로 보는 주장
- Davey(1994) : 걱정을 ‘미래에 일어날 외상적인 사상을 막고, 외상적인 사상에 대한 효과적인 대처를 가능하게 하는 정신적인 문제해결과정’이라고 정의
- 다만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효과적인 문제해결과정이 방해를 받게 되어 병리적인 걱정이 지속된다고 봄. 즉 걱정에는 불안 감소와 관련되는 건설적인 측면(constructive end)과 불안증가와 관련되는 병리적인 측면(pathological end)이 있다고 주장.
2. 인지적 회피(cognitive avoidance)로서의 걱정: Borkovec의 정의
- 걱정에 대한 가장 일반적인 정의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Borkovec 등(1983)
- ‘부정적 정서와 관련되며, 상대적으로 통제가 불가능한 사고와 심상의 연쇄’라고 정의
- Borkovec(1985)은 걱정이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더 많은 문제를 만들어내는 점에 주목하여, 걱정의 문제해결적 측면을 배제하고, 공포과정과 관련된 인지적 회피기능으로서의 걱정을 강조
3. 자극, 상위인지(meta-cognition)로서의 걱정: Wells의 정의
- 강박장애의 설명모델을 제안한 Salkovskis(1985)는 강박사고는 특정 유형의 자동적 사고를 유발하는 ‘자극’으로서 기능한다고 주장
- 침투적 사고는 정상인에게서도 빈번히 나타날 수 있으며, 침투사고 자체가 심각한 정서장애를 초래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그의 주장은 타당
- Wells(1994, 1995) : 개인이 자신의 인지적인 사건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하게 하는, 특히 걱정의 발생을 가능하게 하는 상위걱정을 제안. 상위걱정의 내용은 ‘걱정은 나를 미치게 만들 것이다’, ‘나는 걱정을 통제할 수 없다’, ‘걱정하는 것은 이상한 것이다’, ‘걱정은 나쁜 일을 일어나게 만들 수 있다’ 등을 포함
- 상위걱정이 발달하면, 사람들은 걱정을 부정적이라고 평가하기 쉽고, 걱정을 통제하려는 일련의 시도를 하게 됨.
▣ 걱정의 특징
1. 걱정의 생리적 측면: 자율신경계의 경직성
- 도전에 대한 반응으로 근육긴장이 증가
- 교감신경계 억제반응을 보이며, 이로 인해 자율신경계의 경직성(inflexibility)을 초래
- 동물을 대상으로 한 연구들이 시사하듯이 효과적인 회피반응이 존재하지 않을 때, 가장 가능한 반응은 얼어붙기(freezing)이며, 얼어붙기는 근육긴장과 깊은 관련
2. 걱정의 인지적 측면: 침투성, 부화(incubation)효과
- 걱정이 많은 사람들에게 단조로운 과제(예: 숨쉬기에 집중하기)에 주의를 집중하도록 지시하면, 더 많은 부정적 사고의 침투와 주의집중의 곤란을 보고
- 스트레스에 대한 반추적 사고, 특히 언어적 걱정이 침투사고의 부화효과를 일으킴
3. 걱정의 행동적 측면: 꾸물거림과 우유부단함
- 걱정이 많은 사람들은 통제집단에 비해, 제시된 모호한 자극이 이전에 학습한 표적자극과 일치하는지를 판단하는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림. 이런 결과는 자극의 모호성이 증가할수록 더 분명.
- 걱정이 많은 사람들은 증가된 증거 요구(elevated evidence requirements)를 보이며, 이 때문에 행동이 느려진다
4. 걱정의 정보처리적 특성: 주의편향, 기억편향
- 불안한 사람들은 위협에 대해 굉장히 민감하며, 위협자극에 대한 왜곡된 해석을 통해 위협적인 사건의 발생가능성과 그 사건이 가져올 결과의 치명성을 과도하게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음
- 불안은 전주의과정(preattentive process)의 편향과 선택적 주의편향
- 우울은 후주의 정교화과정(postattentive elaboration process)의 편향
◈ 걱정의 형태
- 개인이 가지고 있는 구조도식이나 신념체계를 반영하는 특징적인 자기-말(self-talk, self-statement)
- 불안한 사람들은 “만약 …하면 어떡하지?(What if…?)”와 같은 자동적인 물음을 생성해내는 내적인 대화양식을 가지고 있음
- 이런 내적 대화양식은 불안한 사람들로 하여금 불안하지 않은 사람들은 거의 일어날 것 같지 않아서 떨쳐 버리게 되는 가능성들을 다시금 탐색하게 함으로써 불확실함을 유지시키는 효과
- Davey와 Levy(1998) : 걱정 주제에 대해 “만약 …하면 어떡하지?”라는 질문을 계속해서 던질 경우, 걱정이 많은 사람들이 통제집단에 비해 더 많은 대답을 할 수 있음을 밝힘 ☞ 파국적 사고(catastophising)를 반복하는 경향
- 상위걱정(meta-worry, worry for worry) : Wells(1995)의 1유형 걱정 vs 2유형 걱정(걱정에 대한 걱정, worry about worry)
◈ 걱정의 기능
1. 위협자극에 대한 인지적 회피, 정서처리의 차폐
- 실제의 위협은 오직 그들의 머리 속에서 걱정(사고나 심상의 형태)으로만 존재하므로, 어디로 도망치거나 숨을 수도 없고, 위협과 싸울 수도 없음
- 결과적으로 예상되는 위협을 피하기 위한 정신적인 노력(mental effort)만이 가능 : 걱정
- 이런 정신적인 노력이 비록 일시적인 불안감소의 효과를 가져온다고 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관련된 정서처리를 차폐하여 불안을 유지시키는 역할을 함
- 공포의 소거 : 소거는 공포자극에 대한 반복적인 노출로 인해 기억 속에 저장된 공포구조에 접근하여, 그것이 완전히 처리될 때에만 가능함(Foa & Kozak, 1986). 즉, 혐오적 의미와 연합되어 있는 정서, 생리반응들이 완전히 경험될 때에만 공포구조의 소거가 가능.
- 하지만 걱정은 심상의 형태이기보다는 언어적 사고의 형태로 정보를 처리하기 때문에 관련된 정서, 생리반응을 차폐하여 개인이 불안을 경험하지 못하게 하고, 이 결과로 위협자극은 계속 남아있게 되어 공포구조의 소거를 어렵게 하고, 반복적인 악순환이 일어나도록 함
2. 위협에 대한 대처행동
- 걱정은 위협자극에 대한 반응으로 선택되는 대처행동(coping behavior)
- 예) 교통사고에 대한 뉴스를 들었을 때, 침투적인 부정적 사고(예: 만일 우리 아이가 사고를 당했으면 어떡하지?)가 떠오를 수 있음. 이 침투사고는 개인이 가지고 있는 상위인지 신념을 활성화하고, 대처행동을 계획하게 함. 범불안장애 환자들은 대처행동으로서의 걱정이 유용하다는 강한 신념을 가지고 있으므로, 예상되는 재난의 범위를 조절하고 잠재적인 해결책을 강구하는 방법으로 걱정을 하게 됨.
- 대처행동으로서의 걱정은 특정 상황이나 자극을 회피하는 회피행동, 걱정과 관련된 사건을 종결하려고 시도하는 안심추구행동, 걱정을 대치하려고 하는 주의분산행동으로 나타남.
- 그러나 회피행동은 위협적인 사건이 일어나지 않음으로 해서 부적으로 강화되어 계속해서 걱정을 하게 하는 결과를 낳음
- 안심추구행동은 걱정이 의도적으로 통제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게 하고, 심하게 걱정하는 것이 그렇게 나쁜 것은 아니다는 점을 깨달을 수 있는 기회를 박탈
- 주의분산행동 역시 걱정의 무용성에 대한 신념을 반증하지 못하게 함. 즉, 걱정하고 있는 부정적 결과가 발생하지 않는 이유가 자신이 선택한 대처행동이 효과적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게 하는 결과를 낳음
◈ 범불안장애 vs 공황장애
- Breitholtz, Johansson 및 Ost(1999) : 범불안장애 환자와 공황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범불안장애 집단이 공황장애 집단에 비해 대인관계 갈등, 능력/성취, 수용/사랑, 타인에 관한 염려, 사소한 문제에 관한 더 많은 인지를 지니고 있음을 밝힘
(1) 대인관계 갈등: 이 사실을 그에게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2) 능력/성취: 이 일을 잘 처리하지 못하면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간다,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 지 모르겠다
(3) 수용/사랑: 그녀가 내 곁을 떠나고 나 혼자 남으면 어떡하지?, 그는 아마도 나를 지겨워할 거야
(4) 타인에 대한 염려: 그녀의 암이 더 심해지면 어떡하지?
(5) 사소한 문제: 약속에 늦는 것, 길을 잃는 것 등. 한편 공황장애 집단은 신체적 재난(예를 들어 사고, 질병, 죽음 등)에 관해 더 많은 인지
- 공황장애 집단이 신체적 정보에 대한 재난적 해석 경향을 보이는데 비해 범불안장애 환자들은 인지내용에서 정신적 파국화(mental catastrophe) 경향을 보임
▣ 범불안장애의 치료
(1) 약물치료 : benzodiazepine 계열의 약물, 자극에 대한 과민성을 저하시키고 사고와 행동을 감소시키는 진정효과
(2) 인지행동치료
- 걱정사고기록지, 걱정에 대한 현실성, 타당성, 효용성 평가
- 걱정-관련 잘못된 평가의 수정 : 위협에 대한 재평가
- 걱정에 대한 잘못된 신념 수정
- 걱정하는 시간(worry time) 만들기
- 정서적 처리를 돕기 위한 심상노출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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