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과 미술치료
공 마리아(한국재활복지대학 재활복지과 교수, 서울미술치료연구소 소장)
1. 미술치료의 도입
일반적으로 미술치료를 실시하기 전에 갖추어야 할 사항은 다음과 같다.
1) 정확한 진단 평가 실시
인터뷰, 객관적 검사, 행동관찰 등을 통하여 내담자 개인에 관한 정확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2) 치료 목표 설정
내담자에 대한 심리평가 결과 및 내담자의 욕구(의뢰사유)를 고려하여 치료의 목표를 설정한다.
3) 치료 모델의 결정
내담자에 맞는 적합한 치료모델을 결정한다.
2. 장애유형에 따른 미술치료
장애인의 경우 일반적인 미술치료실시 방법에 의해서 실시하더라도 그 장애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장애유형별에 따른 특색을 간단히 설명하고 그에 맞는 미술치료방법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1) 시각장애아동의 특성과 미술치료
시각장애아동은 전맹과 약시로 구분되며 주로 청각과 촉각을 활용하여 활동을 한다. 따라서 조형활동은 시지각에 기반을 두고 있으므로 다른 장애에 비해 독특한 활동내용이 고려되어야 할뿐만 아니라 미술치료사의 창의성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특히 전맹인 경우(선천맹인 경우 더욱 더) 자신의 작품제작 과정이나 완성된 작품을 감상할 수 없기 때문에 미술매체의 선택과 활동에 더욱 더 배려를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시각장애인에게 독특한 방법이나 재료를 활용하여 자기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나름대로 표현하는 그 자체에 의미를 두며 여러 가지 형태의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술치료사는 미술활동계획에 있어서 작업장의 매체 배열의 일관성, 자료에 대한 구별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용기에 담아두기, 색채 구별을 위해서는 색채마다 다른 향을 가미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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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청각장애인의 특성과 미술치료
청각장애인은 농과 난청으로 구분되며 주로 시각을 통해서 학습한다. 이들은 의사소통의 문제로 인해서 개념 발달이나 언어 이해 등에서 흔히 어려움을 보인다. 미술활동에서는 가장 일반인과 비슷한 특성을 할 수 있지만 감정조절적 측면에서 어려움을 보일 수 있고 그림의 표현에서도 고립감이 흔히 표현된다. 따라서 미술치료에 있어서는 이들의 불안감과 긴장감을 발산시킬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
청각장애아동의 경우, 이들의 개념형성을 도와줄 수 있도록 다양한 경험을 제공해야 하며 가능한 한 구체적인 보기가 제시되는 것이 좋다.
3) 정신지체아의 특성과 미술치료
정신지체아는 경도, 중등도, 중도, 최중도로 분류된다. 이들은 지적 지체와 적응행동에 결함을 지니고 있으므로 미술치료에 있어서 인지적, 발달적, 행동적 접근을 적용함이 바람직하다.
미술치료에 관한 발달이론들은 정상 발달 단계에 있지 않는 내담자를 이해하고 조정하기 위한 기본구조로서 정상 발달에 초점을 두고 있다. 발달적 미술치료의 평가와 적용은 가장 초기 수준에서 기능하는 내담자에게 적합하다.
발달적 미술치료 과정은 다음과 같이 나눠진다(Piaget 인지발달에 기초함)
(1) 1단계(감각운동기)
0-2세의 수준으로 이 시기에는 미술재료뿐만 아니라 새로운 여러 가지 재료를 제시함으로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또 이시기에는 감각으로 확실히 인지될 수 있는 선명한 색깔의 재료를 제시해주는 것이 좋다.
또한 복잡하거나 구조화된 재료보다는 단순하고 덜 구조화된 재료가 적합하며 애착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관계형성 작업이 필요한 시기이다.
(2) 2단계(전조작기)
3-6세 수준으로 계속적으로 그림이 변화하는 시기이며 아직 사고가 조직적이지는 않지만 상징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 조금씩 생겨나는 시기아디. 하지만 이시기는 자기중심적이기 때문에 상징 또한 주관적 현실을 나타낸다.
이 시기에는 상징이 발달하는 시기인 만큼 상징화 능력을 키워주어야 하는 것이 중요한 발달 과업이므로 모방과 흉내, 그리고 연상 놀이 등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또한 이시기는 소근육의 발달하므로 소근육 운동 발달을 도모할 수 있는 미술프로그램의 고안이 필요하다.
(3) 3단계(구체적 조작기)
7-12세에 해당되는 단계로서 이전보다는 논리적이고 체계화된 사고를 할 수 있게 된다. 조망 수용능력이 발달함에 따라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탈피하여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능력이 생기며 그림에 있어서는 사실적인 그림을 그릴려고 노력하는 시기인데 이 시기에 보통 사실적인 표현이 안돼 좌절하거나 자신에 대해 실망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자신을 표현하고 인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이시기에는 자소상, 자화상, 신체본뜨기, 과거∙현재∙ 미래의 나와 같은 프로그램을 적절하게 활용하면 도움이 된다.
4) 신체장애인의 특성과 미술치료
신체장애인의 경우 그들의 운동장애 때문에 다른 장애인과는 또 다른 작업환경이 요구된다.
손을 사용하지 못하는 내담자의 경우, 모자에 붓을 부착하거나 입을 이용하여 혹은 발을 이용할 수 있는 방법들을 고안하는 것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세밀한 작품 표현 보다는 의욕고취와 성취욕구를 불러일으키는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
특히 중도신체장애인의 경우, 이들은 과거 사건에 대한 기억과 현재 자신의 신체에 대한 부적응으로 인해 매우 힘들어 한다. 부정적인 신체 이미지와 자신의 상태에 대한 좌절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할 뿐만 아니라 장애로 인해 자신의 역할 변화에 대해서도 받아들이며 새로운 자신의 역할을 찾을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하며 가족들도 이에 대해서 적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적용할 수 있는 미술치료의 프로그램으로는 과거 사건에 대한 자유로운 표현을 격려 허용함으로써 과거의 충격을 극복하고 현재 변화된 자신을 수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예: 사건에 대해서 그리고 감정 표현하기).
5) 행동장애 아동의 특성과 미술치료
행동장애아의 경우, 그들의 행동측정을 파악하여 부적절한 행동과 긍정적인 행동에 대한 설명을 포함하는 체계적인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 특히 일관된 지도방법이 중요하다.
미술치료활동에서 게임의형태를 도입하여 동기를 부여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또한 치료사는 행동장애 아동이 지닌 주의력 문제와 좌절감을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위축아동의 경우, 초기에는 접근하기 쉬운 과제를 부여함으로써 거부감을 줄여주고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어야 한다. 흰색 도화지보다는 미색지, 테두기 기법이나 큰 종이에 큰 붓을 사용하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결벽아동의 경우, 작업복을 입혀주고 손이 더러워지지 않는 매체부터 사용하여 점차 확대시켜나가는 것이 좋다.
공격적 아동의 경우, 찰흙과 같은 매체를 이용하여 공격성을 표출, 이완시켜주고 한꺼번에 여러 가지 작품을 하게 하기 보다는 단순한 활동을 시키는 것이 좋다.
6) 학습장애아동의 특성과 미술치료
학습장애아동들은 정보처리과정이나 의사전달 또는 표현 등에 문제를 지니고 있다. 이러한 장애특성에 맞는 미술치료는 그들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기본적인 치료방법이 될 수 있다.
이를테면, 지각장애아동은 전체적인 배경은 잘 보지만 부분을 잘 놓치곤 한다. 반면에 도형-배경 지각에 문제가 있거나 배경을 보는데만 물체를 가지기도 한다. 전체를 잘 보지 못하는 아동들의 경우 채색을 할 때 물체의 부분을 강조하여 색을 칠하는 경향을 보인다(예: 셔츠의 한 쪽 소매는 녹색, 다른 한 쪽은 파란 색).
기초적인 그림그리기와 색칠하기 등은 아동들의 시각화에 중요한 활동이다. 시각화란 복잡한 지각적 능력으로서 본 것과 만진 것을 기억하는 능력과 그것을 머릿속에 담아두는 능력이다. 그러므로 색채분할법, 미래 아동이 하고 싶은 일 등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게 하는 것은 시각화에 도움이 된다.
많은 학습장애 학생들은 부정적인 신체상과 자아개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미술치료에서 자아개념을 발달시키는 프로그램(예를 들면, 손본뜨기, 신체상 그리기, 자기나무 만들기 등)의 활용이 좋다.
7) 자폐아동의 특성과 미술치료
아이젠 버그와 카너(Eisenberg & Kanner)가 말하는 자폐성 아동의 특징으로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특징적인 것으로 언어문제와 사회성의 결여 등을 들 수 있다.
Rutter(1975)는 자폐성 아동의 특징적인 증상에 대해 부모와의 상호 작용, 다시 말해 애착 행동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사람과의 접촉을 피한다고 하였다. 자폐아들은 환경에 대해서도 적응하는 능력이 결어되어 있어 새로운 환경에 당면하면 크게 당황하여 변화에 저항하는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루터나 카너가 말하고 있는 자폐의 증상들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자폐의 여러 병리의 일부이므로 자폐를 속단해서는 안된다.
자폐아들은 굉장히 세부적인 묘사를 한다는 것이며 싸인펜과 같은 선적 표현이 가능하고 또한 특정한 미술 재료나 도구에 집착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또한 그림을 그릴 때 창작보다는 모방을 많이 하여 잡지나 TV에서 관심을 가졌던 장면이나 사진을 외워 그리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자폐아동들의 그림은 대부분 비슷한 패턴이 많아서 마치 도장을 찍은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리는 주제 또한 비슷한 경향을 보인다. 도심이나 번화가 하지만 사람은 잘 그리지 않으며 빽빽히 그리는 경우가 많다. 미술치료시 자폐아동들에게 다양한 재료를 제공해줌으로써 변화에 대처하고 적응할 수 있도록 해주며 찰흙등을 이용해 상동적인 표현을 지양하고 대인관계의 향상을 꾀하도록 도와줄 수 있다.
또한 난화이야기법을 이용한 언어화 촉진, 정서적인 불안정과 억제되어 있던 내면을 해소시키는 작업으로는 핑거페인팅이 효과적이다.
잡지나 사진을 이용한 꼴라쥬 작업은 자폐아동의 내면을 읽는데 효과적이며 그림을 그리기를 부담스러워 하는 아동에게는 더없이 좋은 방법이다. 전지 그림이나 돌려 그리기 등은 소집단 프로그램으로 자폐아동이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사회성을 발달시키는 프로그램으로 효과적이다